환율방어에 2년간 680억달러 쓴 당국, 외환보유액은 3년 4개월래 최저
외환순거래 -680억달러.. 5년간 -696억달러
지난달 외환보유액 4128.7억달러, 3년 4개월래 최저
한미금리차·증권채권자금 유출에.. '한미 통화스왑' 필요성 제기
한은에선 "당장 필요성도 체결 가능성도 크지 않아"
미국 고금리 장기화·달러화 강세로 환율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한·미 통화스왑 필요성은 크지 않다"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외환보유액이 전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외국 자본유출 및 외환보유액 부족 우려를 일축했다.
특히 2021년 3·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최근 2년간 -67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적자의 97.7%가 지난 2년동안 발생한 것이다. 순거래액은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으로, 순거래액이 마이너스면 외환당국이 매입한(산) 금액보다 매도한(판) 금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올해에도 1·4분기 -21억달러, 2·4분기 -59억7300만달러로 상반기에만 80억달러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 주요 통화의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외환보유액은 줄고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10월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8억7000만달러로 2020년 6월 이후 3년 4개월래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달새 12억4000만달러 감소한 것이다. 지난달 초 원·달러 환율이 1363원대로 올라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자 외환당국이 안정화 조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말(4231억6000만달러)과 비교하면 103억달러가 줄었고, 6개월 전인 지난 4월말(4266억8000만달러)에 비해서는 138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에 따른 일시적 효과를 포함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올해 350억달러 한도 외환스왑 계약을 맺고 국민연금이 해외투자할 때 필요한 외화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대 1년 안에 해당 금액만큼을 외환당국에 되팔기 때문에 스왑을 통한 거래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소진되지 않는다.
이렇게 외환당국이 외환스왑, 현물화 매도 등을 통해 환율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환율 하향안정을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5.25~5.50%)과 한국(3.50%)간 금리차가 2%p로 확대된 가운데 3·4분기 외국인 주식, 채권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섰다.
주식자금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힘입어 유입세를 지속하다 3·4분기 -18억달러로 순유출 전환했고, 채권자금 또한 대규모 만기도래·낮은 차익거래 유인 등으로 -2억9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행에서는 한미 통화스왑 필요성과 체결 가능성 모두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제출한 자료에서 "현재의 국내 달러자금시장 상황,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스왑제도 운용 기준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통화스왑 필요성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적인 체결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한은은 "미국 연준도 현 시점에서는 우리나라 등과의 위기대응 목적의 통화스왑 체결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연준은 글로벌 달러자금시장 유동성이 경색될 경우 미국 내 전이를 막기 위해 통화스왑을 활용하는데 지금은 유동성 경색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한은에서는 연준과 협의를 통해 위기시 낮은 비용으로 달러화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를 상설화했고, 향후 중장기적인 보유액 추가 확충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달러자금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미국과 통화스왑 재가동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로로 연준과 협의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 9월말 기준 중국·스위스·인도네시아·호주 등과 총 1382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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