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년 생물의 진화' 기술로 빌려쓴다…'바이오미메틱스'[아무Tech]

김승준 기자 2023. 11.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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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현재 모습은 35억년에 걸쳐 환경에 적응하려고 고군분투한 결과다.

인간은 기술로 다른 생물의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

생물의 구조나 특성은 환경에 적응해 오며 진화해 온 산물이기 때문에 공학적 영감이나 참고 대상이 될 수 있다.

생물들이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진화한 모습이 여러 환경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개발할 때 힌트가 되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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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크로, 로봇 등 다방면에서 자연 모사 기술 활용 중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진이 개발한 뱀 로봇 'EELS'. (Credit: NASA/JPL-Caltech) 2023.11.03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생물의 현재 모습은 35억년에 걸쳐 환경에 적응하려고 고군분투한 결과다. 인간은 기술로 다른 생물의 강점을 활용하고 있다.

다른 생물의 구조나 특성에서 공학적 돌파구를 찾는 것을 '생체 모방' 혹은 '바이오미메틱스'라고 부른다. 생물의 구조나 특성은 환경에 적응해 오며 진화해 온 산물이기 때문에 공학적 영감이나 참고 대상이 될 수 있다.

바이오미메틱스는 인류가 자연스레 해오던 일로 추정되지만 공학적인 기록으로 남은 대표적인 사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다. 그는 비행 기계를 설계하며 새가 날갯짓으로 양력을 받는 것을 모방했다. 실제로 이 비행 기계는 인력만으로는 비행할 수 없었지만 생물의 모습을 연구해 공학적 아이디어로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생체 모방 기술은 구조, 재료, 응용 시스템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찍찍이라고도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는 생체의 구조를 모방한 대표적 사례다. 1941년 스위스의 공학자 조르주 드메스트랄은 사냥을 다녀온 반려견에 붙은 도꼬마리 가시가 붙어있는 것에서 벨크로를 착안했다.

도꼬마리 가시는 끝이 갈고리처럼 굽어있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열매가 멀리 이동할 수 있다. 이후 벨크로는 일상뿐 아니라 우주복 등 떼었다 붙였다 하는 많은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재료 부문에서도 생체 모방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차형준 포항공과대학 화학공학과 교수는 홍합 접착 단백질의 대량 생산 및 생체 접착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홍합은 파도치는 바다에서도 바위에 붙어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접착 단백질과 히알루론산을 이용해 손상된 연골에 줄기세포를 효과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미생물 등에 도입할 수 있게 된 만큼 재료를 생체모방한 사례는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생물의 일부 구조가 아니라 전체적인 운동 방식 같이 시스템 차원의 생체모방은 로봇 연구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생물들이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진화한 모습이 여러 환경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개발할 때 힌트가 되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뱀은 좁은 공간에서도 반동, 지면과의 마찰, 몸통을 펴는 동작을 활용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2017년에 지진 등으로 좁은 공간에 갇힌 사람을 탐색하는 데 뱀 로봇이 출동하는 등 활용이 시작된 상태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우주 탐사용으로 자율 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로봇은 다양한 지형뿐 아니라 얼음, 눈, 모래 등이 있어도 이동할 수 있다.

JPL은 "특정 지형에서는 뱀 로봇보다 잘 움직이지는 로봇도 있지만 뱀 로봇은 더 많은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다"며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곳을 탐사할 때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다재다능하고 위험을 인식하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도마뱀이 벽을 기어오르는 동작을 모방한 '스티키봇', 게를 닮은 해저 탐사용 다관절 로봇 '크랩스터', 소금쟁이를 모방해 물 위에서 뛰어다니는 로봇 등 다방면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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