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기, 정말 지구와 인간에 좋을까?…‘음식의 미래’[책과 삶]

허진무 기자 2023. 11.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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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사 짐버로프 지음 | 제효영 옮김 | 갈라파고스 | 352쪽 | 1만8500원
<음식의 미래> 저자이자 미국의 음식·기술 전문기자인 라리사 짐버로프는 ‘분리 단백질이 몸에 이로운지, 최소한 육류보다 나은지’ 의문을 가진다. Pixabay
‘다양한 성분 가공한 비육류 제품’
숨기는 대체식품업계
‘친환경’ ‘동물복지’ ‘비건’ 등 기업마케팅
항상 경계하고 진실을 살펴야

기자는 서울의 한 ‘비건(Vegan) 레스토랑’에서 갈비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있다. 콩으로 만든 고기였다. 지독히 맛이 없었던 콩고기의 경험을 떠올리며 심드렁했지만 한입 먹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념과 향미유가 뿌려진 걸 감안해도 진짜 쇠고기 맛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콩고기가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감탄을 연발했다. 콩고기를 비롯한 ‘식물성 식품’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인기를 끌며 세계적으로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지구 환경과 인간 건강에 모두 좋다는 믿음이 성장의 토대가 됐다. 정말 그럴까.

식물성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 대부분은 동물성 지방의 풍미를 구현하기 위해 코코넛유를 사용한다. 코코넛유에 함유된 약 90%의 포화지방은 많은 의사들이 과다 섭취를 경고하는 성분이다. 수십 종의 멸종위기 생물이 서식하는 열대우림이 코코넛유 생산 때문에 파괴된다. 미국에서 식물성 식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 모닝스타팜스와 워딩턴푸드는 거대 다국적 식품기업 켈로그가 소유하고 있다.

식물성 조직 단백은 대체육을 육류의 식감과 형태에 가깝게 만드는 핵심 성분이다. 대두를 가공해 섬유질과 전분을 제거하고 단백질을 분리해 만든다. 미국의 음식·기술 전문기자인 라리사 짐버로프는 ‘분리 단백질이 몸에 이로운지, 최소한 육류보다 나은지’ 의문을 가졌다. 유명 채식주의자이자 의사 작가인 마이클 그레거는 “영양학적 관점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분리된 성분을 합쳐 만드는 식물성 식품에는 자연 과일과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 10만여종의 영양소가 없다는 것이다.

짐버로프는 <음식의 미래>에서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에 대응한 ‘친환경’ ‘동물 복지’ ‘비건’ 식품들과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을 믿을 수 있는지 세세히 따져본다. 짐버로프는 자신을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면 수㎞쯤은 걸어서 찾아간다”고 소개한다. 그는 평생 인슐린 주사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다. 어릴 적부터 식품 속에 들어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을 계산해 인슐린 주사량을 조절했고, 모든 음식을 성분 단위로 분석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최근에 등장한 식품업체들은 사명감이 사업의 동력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을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하고, 산업형 농업으로 지구에 피해가 생기는 일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동시에 돈도 벌고 싶어한다. 나는 ‘신생 식품업체’의 주장을 전부 믿고 싶지만, 이들이 실은 거대 식품 기업들과 같은 길을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저자는 대체식품 업계 전반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마케팅을 벌인다고 지적한다. Pixabay

짐버로프는 다양한 대체식품과 신생 기업들을 소개한다. 조류는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폭발적으로 자라 재배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영양소도 풍부하다. 조류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균류(곰팡이)는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유력한 대안이다. 균사체 단백질 탱크는 공장식 축산 농장에 비해 토지와 물 사용량이 90% 적다. 콩은 육류의 대안으로 가장 오랫동안 연구된 식품이다. 하지만 가공하는 과정에서 더해지는 화학물질과 손실되는 영양소 문제가 남아 있다.

동물세포를 증식해 생산하는 ‘배양육’도 짐버로프의 관심사다. 배양육 산업은 ‘진짜 고기’를 생산하면서도 대규모 축산업의 환경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짐버로프는 배양육 생산 과정이 불투명하고 기술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본다. 짐버로프는 여러 신생 식품기업을 찾아다니며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대체식품을 먹어보며 맛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남겼다.

짐버로프는 대체식품 업계 전반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마케팅을 벌인다고 지적한다. 녹두 단백질로 만든 액상 달걀 ‘저스트 에그’는 진짜 달걀 난백액 제품과 비슷하게 포장하고 아주 작게 ‘식물성 제품’이라고 표기했다. 짐버로프는 기업이 자사 제품의 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데도 ‘다양한 성분을 가공해 만든 비육류 제품’이 아닌 ‘식물성 제품’이란 표현을 쓴다고 꼬집는다. “첨단식품기술 스타트업들은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런 식이라면 콜라도 옥수수 시럽과 사탕수수 설탕으로 만들었으니까 식물성 식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식품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현장 취재가 탄탄해 설득력이 강하다. 하지만 식품과학은 논란이 많은 분야인 만큼 짐버로프의 주장도 다양한 의견 중 하나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짐버로프는 MSG(L-글루탐산나트륨)를 “과량 섭취 시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는” 물질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보인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입장은 ‘MSG는 평생 먹어도 무해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짐버로프는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조사한 미래의 식품들은 우리 코앞까지 다가온 환경의 종말을 뒤집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쪼록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대화가 오가고, 사람들이 소시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심을 더 기울이게 되길 바란다. 그러다 덜컥 식물과 곰팡이로 만들어진 소시지라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더라도, 그건 꼭 필요한 일이다.”

갈라파고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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