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파격 아이콘 류호정 “안철수 잡으러 왔다” [금배지 원정대]
원피스 입고 등원, 팔에는 타투
정치 행보마다 숱한 화제·파격
판교 게임사 다녔던 경험 살려
거물급 정치인들과 정면대결
“제3지대 만들기 포기 안해
출마 때 정의당 아닐 수도”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21대 국회에서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파격적 행보는 여의도에 화제를 불어왔다. 정의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당선된 그는 비례대표 후보 시절부터 ‘진보정치의 비전’이 되겠다며 22대 총선에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 의원이 고심 끝에 선택한 지역구는 경기 분당갑이다. 그는 판교의 게임회사 직원이었던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며 “첨단산업의 메카 판교 노동자들, 성남의 당원들과 함께 재선에 도선해 분당을 정의당의 두번째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갑의 4선 심상정 의원의 바통을 이어서 분당에 깃발을 꽂겠다는 얘기다.
‘진보정치’를 넘어 ‘제3지대의 비전’이 되겠다는게 업그레이드된 류호정의 당찬 포부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62.5%의 득표율을 얻으며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후보와는 25.01%포인트 차이의 넉넉한 승리였다. 안 의원은 최근 분당갑에 재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내년 총선에 분당갑에서 진검승부를 하자”며 도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분당갑은 반드시 보수정당만 찍는 지역구는 아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50.06%를 얻어 김병관 당시 민주당 후보와 1%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차이로 겨우 따돌렸다. 표 차이는 겨우 1128표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김병관 전 의원이 47.03%로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가 38.51%, 염오봉 국민의당 후보가 14.45%를 얻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분당갑 재도전을 준비하던 김병관 전 의원이 동성 성추행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마땅한 대적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출마설도 한때 거론됐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당갑에 속한 지역은 IT·벤처 스타트업계가 모인 판교동과 이재명 대표의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백현동을 비롯해 서현동, 야탑동, 이매동 등이다.
류 의원은 “안철수 의원은 IT기업 오너 출신인 60대 남성이지만 나는 IT기업 노동자 출신 30대 여성”이라며 “이런 정치적 매치만으로도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을 졸업하고 게임업계에 취업해 미래를 그려나간 곳도, 노조를 만들며 노동의 미래를 만들어 간 곳도, 정치를 시작한 곳도 분당이었다”며 “나와 나이가 비슷한 분당 신도시에서 새로운 동력이 되고 싶다”고 했다.
류 의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의 선전홍보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류 의원은 민주노총 이미지를 보다 젊게 바꿨다는 내부의 평가를 받았다. 이후 정의당에 입당해 성남시위원회 부위원장, 경기도당 여성위원장,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판교 노동자의 대변인을 자임해왔다.
류 의원은 의정 활동에도 분당 시민들의 삶을 반영해왔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임금 체불 문제를 주로 다뤄왔고, 오피스텔 관리비 투명화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다”며 “연말 예산안 심사에서도 교통시설, 에너지 시설 등 성남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예산을 꼼꼼히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현재 분당갑 지역에서 ‘시민의 안전’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4월 발생했던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를 예로 들며 “분당이 명품도시로 불리는데 시민이 안전해야 그 말에 어울리는 도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도 “지금 정의당은 어느 지역으로 출마해도 어렵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분당에서 정의당 지지율도 처참한 수준”이라며 “개인적 역량만을 가지고 돌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류 의원은 현재의 정의당을 넘어 ‘제3지대’ 신당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류 의원은 “제가 내년에 분당갑에 출마할 때 즈음이면 (정의당이)다른 이름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며 “한국의 정치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류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은 정의당의 ‘제3지대화’를 추진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정의당이 노동조합의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넘어 진보정치 밖에 있는 제3지대의 시민들까지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과도 꾸준히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빅텐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류 의원은 공감대가 있다면 심지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민들이)양극단의 진영정치로 굉장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제3지대에서 국민의힘으로 떠난 안철수와 달리 저는 제3지대 세력 형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분당이 무조건적으로 특정 진영을 미뤄주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쓸모를 증명할 때 제3지대는 당선된다”며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 인물에 대한 신뢰, 그 당시의 정치적 구도가 결합돼 결과물로 나타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으로 들어갈 가능성은 전무하다. ‘다당제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류 의원은 “양당제는 만악의 근원”이라며 “다양한 계층, 여러 세대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정책보다도 정치의 복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포괄임금제 폐지, 타투 합법화, 채용비리 처벌 등을 다룬 다양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현실을 예로 들며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야 무수한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때로는 지지자를 실망시킬 수도 있지만 타협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일. 21대 국회에서 류 의원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의내린 ‘정치’란 업의 본령이다. 류 의원은 정치를 이어나가기 위해 오늘도 분당을 찾아간다. 김장철을 맞은 지금, 그가 지역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도 같이 김장 하고 싶어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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