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말리지 않겠다…이재명 '김포 편입' 침묵하며 민생 집중 '속내'

한병찬 기자 2023. 11. 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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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일 기자회견 이어 3일 최고위에서도 침묵
총선 전략·주도권 지키기 관측…긴 침묵에 당 내부 불만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이 쏘아 올린 '김포 서울 편입론'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연이어 비판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민주당 우세의 판을 흔들려는 여당의 공세에 말리지 않고 민생에 집중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와 '민생'을 강조하며 김포 서울시 편입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열린 민생경제 기자회견에서도 '경제성장률 3% 회복'을 강조하며 김포 관련 즉답은 하지 않았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은 박성준 대변인도 김포 편입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경제 기자회견이고 특히 성장률 3% 회복 의제와 성장 동력의 문제, 소비 진작 문제를 강조했다"고 말하는 등 경제 관련 내용에 집중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한 시간 가까이 기자회견을 가진 이 대표가 김포 편입과 관련해 언급한 건 한 번이었다. 그는 '김포 편입에 대해 당 차원의 논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대한 국가적 과제를 갖고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졌다가 '저항이 만만치 않네'라며 슬그머니 모른척하는 국정 운영은 정말로 문제"라며 에둘러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의사 정원 확대를 같이 언급하면서 김포 편입이 아닌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잡은 총선의 승기를 지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 김포 편입론 등 구체적인 의제를 들고나오며 판을 흔들려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여당의 요구대로 김포 편입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을 섣불리 밝힐 경우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김포 편입에 즉답을 내놓는 대신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민생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은 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침묵에 대해 "이 문제는 단순하게 던지는 그런 이슈로 바로 결정하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고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강남과 강북 불균형 발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서울시의 첫 번째 과제다. 그런데 김포 문제가 불쑥 튀어나오면 돈을 다 김포에 써야 하는데 서울시민이 동의할까"라며 "서울 메가시티는 부·울·경, 호남, 충청권 메가시티를 같이 진행하며 보완적 소재로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조만간 민생 현장 행보도 예고하며 민생을 고리로 정국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민생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정책 마련에 이 대표가 최선을 다하는, 총선 전략 자체가 경제"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김포 편입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선택에 대해 일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나라가 망해도 선거는 이기겠다는 국민의힘의 혹세무민은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도 크게 잘못됐다"며 "당 지도부는 분권정당인 민주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망국적인 서울 집중을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장단이 모두 있어 답을 내리기 만만치 않다"면서도 "이 대표가 빠른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길게 끌고 가면서 중대한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다음 주 초쯤 이 대표가 입장을 밝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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