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윤핵관 건드린 인요한, 대략난감 김기현…국힘 '혁신위 리스크'

은현탁 기자 2023. 11. 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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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혁신위 1호 안건으로 당내 대사면을 제안하더니 2호 안건을 발표하면서 당 지도부와 중진, 윤핵관에게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내지르기는 하는데 디테일 부족하다 보니 비판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의 주요 안건을 살펴보고, 어떤 리스크가 있는 지 알아보도록 하죠.

◇이준석, 홍준표 반발에 빛바랜 대사면

인요한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당의 화합과 통합 차원에서 제안한 대사면은 잡음만 불러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2일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를 의결했지만 당사자들이 반발하면서 빛이 바랬어요.

홍 시장은 "과하지욕(跨下之辱·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이라며 격분하고 있고, 이 전 대표도 "할 말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죠. 당사자들과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문제이지만 '대사면'이라는 용어 자체도 부적절했다는 평가입니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3일 발표한 2호 안건에는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본회의·상임위 불출석 시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가지가 담겼습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는 혁신위 공식 안건에서 빠졌는데요. 당 중진들의 반발을 우려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인지, 다음 안건으로 상정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그 대신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어요. 발표 당시 목소리를 들으면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중진, 그리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요. 여기서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은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 4인방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들은 아마 상당히 불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공식 안건은 아니지만 당 혁신위원장이 발표한 이상 당 지도부가 모른 체 하고 넘어갈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 위원장의 말대로 당 중진들을 험지로 내몰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국민의힘 지도부. 사진=연합뉴스

◇영남권 중진 수도권 당선 보장 없어

사실 지역구별 사정을 따져보면 중진들의 험지 출마가 능사는 아닙니다. 국민의힘 내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은 모두 23명이고 이 중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지역 12명, 충청권 6명, 강원 2명, 수도권 3명입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유의동 정책위의장(경기 평택을)과 친윤 핵심인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도 해당됩니다.

당 중진들이 지방의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수도권에서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죠. 자칫 영남 중진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해당 지역에서 무소속 돌풍이 불 수도 있고, 여권 표가 분산되면서 민주당이나 제3의 정당이 어부지리 할 수도 있습니다.

18대 총선을 보면 한나라당 중진들이 대거 공천 학살을 당하면서 '친박 무소속 돌풍'이 불었어요. 영남지역에서만 무소속 12명, 친박연대 5명이 당선되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을 떨어트렸습니다.

영남과 달리 민주당과의 접전이 예상되는 충청권에서는 중진이 빠지고도 총선에 승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5선의 정우택(충북 청주상당)·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4선의 이명수(충남 아산갑)·홍문표(충남 홍성·예산), 3선의 이종배(충북 청주)·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이 없으면 '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인 위원장은 첫행보로 5·18 묘역을 참배했고, 당내 대표적인 반윤인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죠. 그렇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잦은 말 바꾸기로 구설에 오르고 있습니다. 의제를 던졌다가 문제가 불거지면 "오보"라거나 "혁신위 권한 밖의 일"이라고 발뺌하기도 했어요.

그럼 이런 인 위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어떨까요. 그는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10일간의 활동을 스스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70점'을 줬습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해 물은 결과 '못할 것' 48.8%, '잘할 것' 32.3%, '잘 모르겠다' 18.9%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62.3%로 '못할 것' 17.7%, '잘 모르겠다' 20.0%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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