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하고 무속인이 주식하지 말라던데, 진짜 하면 안될까요?” [투자360]
주식투자 의욕 상실 개미들 속출
10월에도 개미들 성적표는 처참
[헤럴드경제=서경원·신동윤 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밖으로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 환경의 긴축적 변화, 안으로는 영풍제지 등 시세조종과 해외 IB(투자은행)들의 무더기 불법 공매도 적발 등 내우외환 시기를 보내면서 그야말로 변동성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이에 주식 투자 자체에 의욕을 상실한 개인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주식 투자 관련한 한 사연이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전에 점집 갔을 때 치성 드릴 때 있잖아요. 굿 같은거 했는데 무속인분이 말해줬어요”라며 “그 때 저보고 주식은 하지 말라고 하던데, 저보고 땅으로 하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이 없어서 땅에는 재테크 못하겠고, 주식을 조금씩 공부해 가면서 해보려고 하는데, 다른 점집에 가도 주식은 안 맞다고 했는데…”라며 “주식 진짜 하면 안될까요?, 혹시 그런 말 듣고도 주식해서 돈 버신 분 계세요”라고 적었다.
그러자 이 글에는 ‘궁합 안 맞는다는 여자랑 결혼해서 20년 넘게 살다보니 무속 그거 꼭 무시할 것만은 아닌다 싶다. 오늘 아침도 밥 차리는거 같이 하라면서 밟아서 깨웠음’, ‘교회나 절에 가도 주식 하지 말라 그럴 거다’, ‘무속인의 말은 접어두더라도 한국 주식장 지수는 당분간 약세일 듯’, ‘울 엄마도 점쟁이인가보다, 주식하지 말라던데’ 등의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최근 주식 손실 고통을 호소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달에도 ‘블랙 옥토버(Black October·검은 10월)’의 폭풍우 속에서 개미들이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액 상위 종목들의 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개인이 외국인·기관에 비해 낙폭이 눈에 띄게 컸고, 오히려 주가가 올랐거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방어력’이 돋보였던 종목들을 개인 투자자들이 더 많이 파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액 톱(TOP)10 수익률이 한 종목도 빠짐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지난 10월 한 달간(10월 4일~10월 31일) 개인·외국인·기관 투자자별 순매수·순매도액 상위 10개 종목의 수익률에 대해 분석했다.
이 결과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들의 평균 수익률은 -18.75%로 외국인(-13.09%), 기관(-6.58%)에 비해 확연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중 코스피, 코스닥 지수 등락률이 각각 -7.59%(2465.07→2277.99포인트), -12.48%(841.02→736.10포인트)를 기록하며 확연한 하락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개인 투자자의 성적표가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분명하게 나빴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 톱10 종목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때 눈여겨볼 지점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이 하나도 없었다. 포스코퓨처엠(순매수액 2310억원·5위)의 수익률이 -34.21%로 가장 낮았던 가운데, 유한양행(1949억원·6위) -24.27%, 포스코홀딩스(2678억원·3위) -23.08%, 에코프로비엠(2757억원·2위) -22.45%, SK이노베이션(1828억원·7위) -17.88%, LG에너지솔루션(4204억원·1위) -19.10%, 삼성SDI(2439억원·4위) -16.89%, LG화학(1740억원·8위) -11.38%, 현대차(1414억원·10위) -11.20%, 네이버(1558억원·9위) -7.00% 순서로 전 종목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약세장 속에서도 외국인(현대바이오 수익률 27.21%, 아모레퍼시픽 3.61%, SK하이닉스 1.39%), 기관(크래프톤 8.76%, 삼성바이오로직스 4.11%, SK하이닉스) 투자자가 각각 순매수액 톱10 종목 중 3개씩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더 확연해진다.
개인 투자자는 그대로 들고 있었을 경우 주가가 올랐거나 다른 종목에 비해 덜 하락했을 종목을 외국인·기관 투자자에 비해 더 많이 매도함으로써 ‘방어력’조차 현저히 낮았다는 점도 보여줬다. 지난 10월 한 달간 개인 순매도액 톱10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09%로 외국인(-14.53%), 기관(-20.73%) 투자자의 결과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투(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경우 보유한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하락을 막기 위해 약세 대형 종목들을 중심으로 비중을 확실하게 낮춘 것”이라면서 “반면 올해 들어 예년보다 단타(단기 투자) 성향이 더 뚜렷한 것으로 평가되는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해당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일명 ‘줍줍’을 한 뒤 반등 시 매도하는 전략을 채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개인 순매수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7개 종목은 2차전지 관련주였다. 6위 유한양행을 제외한 순매수액 상위 1~5위, 7~8위 종목 모두 2차전지주였고, 7개 종목에 대한 순매수액 규모로는 1조7956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3개 종목(순매수액 5864억원), 기관 4개 종목(5940억원)과 비교했을 때 종목수는 1.8~2.3배, 순매수액은 3~3.1배씩 개인 투자자가 컸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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