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폐암 생존율 높아졌다
1차 표준치료 기대감도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를 조합한 항암신약이 방광암과 폐암에서 기존 치료법을 대체할만큼의 괄목할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ADC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한 새로운 치료방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3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아스텔라스와 시젠이 개발한 항암제의 병용요법은 최근 가장 주목받은 치료법으로 꼽힌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아스텔라스와 시젠이 공동 개발한 표적치료제인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과 키트루다를 병용한 임상 3상(EV-302) 결과가 발표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키트루다와 파드셉을 함께 투여한 방광암(요로상피암) 환자 88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생존기간이 약 15개월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위험도 53%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치료 방식이 제시될 때마다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용요법을 투여한 환자에서 다른 항암제와 비슷한 ‘피부 질환’ 부작용을 겪는 비율은 15.5%으로 나타났다.
난치암인 방광암 환자에게 15개월의 생존 기간 연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방광암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52만명이 진단을 받고 있다. 방광암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이는 전체 암 사망자 가운데 13위를 차지한다. 전체 환자 중 약 80%가 60세 이상인 고령이고 환자 70%가 재발을 경험한다. 특히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생존기간이 1년 이상 연장됐다는 것은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의 성적표라는 게 의료계 해석이다.
한편에선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ADC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 고비테칸)’ 병용요법도 주목받고 있다. 트로델비는 현재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항암제다. 국내에서는 미국 승인 후 약 2년 만인 지난 5월 트로델비를 승인했고 지난 10월 국내에서 출시됐다.
길리어드는 이 치료제를 유방암 외에도 폐암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비 임상 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26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 임상 분석 결과에서 이전 표준치료법 대비 반응률이 매우 높게 나왔다”며 “면역항암제 반응을 가늠하는 지표인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 단백질 리간드-1(PD-L1) 발현률 50% 이상인 환자에서는 약에 대한 반응률이 75%에 달했고, 발현되지 않는 환자에서도 반응률이 44%에 달했다”며 “매우 괄목할 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센터장은 “ADC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두 개를 함께 투여한 치료제가 기존 치료요법 대비 강력하게 조기에 암을 진압할 수 있는 효과를 입증한 것이며, 앞으로 차기 표준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는 예비 분석 결과이며, 추가 임상을 통해 약효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임상 대상이 된 환자에서 트로델비와 관련한 부작용으로 치료를 멈춘 환자는 7%로 집계됐다.
제약업계에선 ADC와 면역항암제를 조합한 치료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새로운 기술인 ADC 치료제 전망이 밝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ADC 시장이 지난해 약 12조원 규모에서 2029년 47조5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항암제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면역항암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이들 두 치료제 조합을 활용한 병용요법 시장도 덩달아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미국 비영리 기관인 암 연구소(CRI)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체 면역항암제 신약 파이프라인은 3875건인데 1년만인 2020년 4720건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올해 기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은 약 8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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