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바람난 아빠라니…“7살에 부적절 행위 목격한 내 상처는 어쩌고”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99] 시트콤 ‘프렌즈’
그의 아버지는 많은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 집안일을 봐주던 직원과도 관계를 맺었다. 조심성 없는 부친 때문에 아들은 아버지가 남자와 부적절한 행위를 갖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겨우 7살 때였다.
그런 그가 2주 후면 결혼한다. 약혼녀는 그가 아버지를 초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라고. 과연 약혼자는 그의 상처를 헤아리기나 하는 걸까.
그렇기에 그녀는 약혼자의 상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난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무난함의 정반대 편에 있는 집안에서 자란 이가 받은 상처를 완벽히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버지를 향한 챈들러의 증오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그녀가 속속들이 알기는 무리가 있다. 그가 그녀의 태도를 ‘배려 없음’으로 규정하고 돌아서도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니카 또한 챈들러를 설득한다. “중요한 건 당신의 모든 수영 대회에 참석해서 응원하셨다는 거잖아. 좋은 아버지인 거지.”
하지만 결국 아버지와 대면하고, 결혼식에 와달라고 초대한다. 챈들러는 오랜 시간 외면해왔던 아버지를 그렇게 용서한다.
이 이야기는 트라우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사실 챈들러는 아버지를 초대하는 게 옳은 일이라는 모니카의 설득에 깊이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챈들러가 아버지를 만나는 건 스스로 밝혔듯 “너(모니카)를 위해서 하는 것”일 뿐이다. 사랑하는 약혼자에게 “져준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는 건 우리가 예전보다 성장했을 때일 수도 있다. 여러 사람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고, 소소한 성취를 경험하는 동안 우리 내면이 예전보다 단단해져서 “그런 일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웃어넘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일 수 있다.
챈들러의 사례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상처를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챈들러가 아버지를 대면하기로 마음먹는 건 “네가 그토록 원하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 결심 때문에 실제로 상처를 극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꿈과 희망을 그리는 시트콤이기 때문에 가능한 에피소드일까. 생각보다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가족과 친구, 또는 스스로가 만든 여러 상처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던 사람이 부모가 된 이후 “자식을 위해서”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울타리가 돼줘야 하는데 자기 상처를 부둥켜안고 계속 괴로워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그러다 보면 상처가 극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늘 유머러스한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하려 했고, 남에게 웃음을 줬다. 어쩌면 그는 ‘상처 입은 치유자’였는지도 모른다.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그는 자기 인생을 내주고 싶은 짝을 만났고, 결혼 이후 아내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모니카와 결합한 뒤 챈들러가 보여주는 넉넉한 웃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우리가 성숙해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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