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가 3000원?…“이런 가격으로 한국 장악한 넌 누구냐”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11. 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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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를 3000원에 팔며 무료 배송까지 해주는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해외직구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파격가를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취소·환불·교환도 비교적 간단해 합리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에서는 해외 직구시장뿐 아니라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 왕좌를 중국 업체에 내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4일 알리익스프레스 앱(애플리케이션) ‘천원파트’에서는 상품 3개만 사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초저가 상품이 즐비했다. 슬리퍼, 장난감, 옷걸이 등을 각 1개씩 담으면 총 구매액과 상관 없이 무료로 배송해주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천원마트 페이지. 홈인테리어, 생활용품, 차량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수천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앱 캡처]
일반적으로 고가 상품군에 속하는 전자 제품도 염가로 판다는 게 특징적이었다. 이를테면, ‘가정용 마트 청소 로봇’이 27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정가인 2만601원에서 86% 할인된 가격이다. ‘5일 이내 도착’ ‘15일 이내 무료 반품’이라는 혜택도 적용됐다. 4만 여명의 고객이 평균 4.2점(5.0점 만점)의 평가를 내렸으며, 후기를 남긴 구매자는 대체로 ‘저렴한 가격에 쓸 만하다’고 적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2700원에 판매 중인 로봇 청소기.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앱 캡처]
호평으로는 “일단 청소가 안 되는 것 같지만 좀 돌리다 뚜껑 열어보면 나름 줍줍하긴 했음. 집에 고양이나 강아지 있으면 나름 쏠쏠한 수입”, “머리카락은 빨리는데 부스러기는 안 빨려요. 귀여워서 쓸 만하네요” 등이 있었다. 다만, “한 곳에서만 맴돌아요. 배터리도 사용 시간이 짧아서 청소가 거의 안 되네요” “우리 강아지 장난감보다 못함” 등으로 불만을 표시한 구매자도 상당수였다.

이밖에도 차량용 진공청소기가 2700원, 화장실 앞에 까는 ‘인조 캐시미어 메모리 폼 카펫’ 2700원, ‘어쿠스틱 전동 칫솔’ 1800원 등의 특가 상품이 고객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해외 직구 시장에서 中 알리바바 점유율 40% 넘어
중국산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일각의 거부감이 있음에도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관세청이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20~2022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직구 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문 건수 기준으로 1·2위는 알리익스프레스(26.6%)와 타오바오(16.8%)다. 모두 중국 알리바바 계열 플랫폼이다.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 점유율이 43.4%에 이르는 것이다. 반면, 쿠팡은 8.4%(3위), 네이버는 3.5%(5위)로 존재감이 부족했다.
*기준: 국내 **자료: 관세청 ‘2020~2022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직구 이용 현황’
상당수 고객은 알리익스프레스 쇼핑 경험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40대 남성 A씨는 “초저가 상품의 환불을 요청했는데 원래 상품을 회수하지 않고서도 즉각 환불해줬다”며 “아이들 장난감처럼 국내 쇼핑몰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상품 위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30대 남성 B씨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하기 쉽지 않는 상품도 많다”며 “노트북의 팬을 직접 구매해서 교체해봤다”고 말했다.

다만,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B씨는 “한 개에 40원짜리 묶음 배송 상품이 끝내 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며 “‘낚시 상품’을 걸어두고 내 고객 정보를 빼간 건 아닌지 의심돼 불쾌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의 공장’ 이점 살려 유통비 줄인 듯
알리익스프레스의 초저가 판매는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한국 시장 점유율 높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투입할 것”이라며 “먼저 인지도를 높이고 나면 향후 다양한 판매 전략을 시행하기에 유리하다”고 봤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염가 상품 판매에 강점을 갖는 건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픽사베이]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점도 염가 판매에 한몫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저가 상품도 중국산을 브랜드만 바꿔서 파는 경우가 많은데,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엔 공장에서 직접 매입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알리 공세 강해지며 국내 이커머스 분주
알리익스프레스의 등장으로 국내 이커머스도 분주해졌다. 각기 가격 할인 정책을 고민하며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가성비 상품 전문관 ‘9900원샵’을 열었다. 3900원, 6900원, 9900원 이하의 가격대별로 상품을 나눠서 판매하고 무료 배송해준다. 티몬은 글로벌 이커머스 큐텐과 협업하며 해외 직구를 강화하고 있다.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와 손잡고 통합 풀필먼트 서비스 ‘T프라임’을 론칭해 휴대용 콘솔 UMPC 등을 합리적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다만, 중국 쇼핑몰에 비해 한국 업체는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라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를 쓰는 고객은 품질 만족도가 매우 떨어지는 상품이 오더라도 ‘속았다’고 생각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대기업 이름을 걸고 하는 쇼핑몰이 저품질 상품을 배송해준다면 당장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이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내줄 수도 없기에 업체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고가 제품군과 저가 제품군에서 고객 신뢰를 모두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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