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튀르키예 대사, 두 전쟁 중재에 "평화와 생존권 중시가 기초"
"에르도안, 아동·여성 죽음 막고, 평화 가져올 국제회의 제안"
"러·우크라도 모두 소통 가능…우크라 평등·평화 무조건 지지"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튀르키예 외교 정책은 평화와 평등, 그리고 모든 사람이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기초로 합니다. 이 같은 기초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재를 맡는 다리 역할을 하는 큰 기둥이고,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3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대사관 집무실에서 만난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충돌에서 중재 역할을 맡아온 자국 노력을 "우리의 양심적인 외교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타메르 대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실현돼야 하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무고한 사람이 더 이상 피 흘리지 않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평화롭고 평등한 세계에서 살 수 있게 우리가 나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무력 충돌을 끝내고 항구적 평화를 도모하기 위해 국제 평화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관련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는 이 국제회의는 평화를 위한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메르 대사는 "(충돌 중재는)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하게 정치하는 모든 사람이 가진 생각일 것"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도 아이와 어머니, 여성이 죽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 평화를 가져올 방법이 무엇인지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충돌로 1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현지시간) 현재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어린이 3760명, 여성 2326명을 포함해 9061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는 14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타메르 대사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안하면서 중간에서 항상 평화주의를 응원하셨던 분"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역할하고 있다.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해 7월 이스탄불에서 흑해 곡물수출협정이 타결되면서 바다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열렸다. 협정은 1년이 지난 7월에 러시아가 연장을 거부하면서 종료됐다.
해당 곡물 수출이 끊기면서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의 식량 위기가 부상했다. 유엔에 따르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은 3300만 t가량이 수출됐는데 이 중 53%가 중국, 튀르키예, 이집트, 수단 등으로 향했다.
타메르 대사는 "튀르키예의 지리적 장점과 역할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와 소통이 되는 유일한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이라며 "튀르키예는 러시아와 대화에서 어떤 조건이나 이유도 생각하지 않는다. 단 한 가지 생각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평등과 평화를 위해서는 어떤 조건에서든 무조건 지지한다는 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처음부터 합의된 조건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정을) 중단했다. 그래서 러시아가 완전히 수용할 수 있게끔 튀르키예와 유엔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조건 만족시키고 (러시아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굉장히 노력하면서 조건 나아지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고 부연했다.
이어 "러시아는 절대 중단한 내용을 다시 협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니다. 나(러시아)를 만족시킬 조건 가져오면 도움을 주겠다는 입장도 있다"면서 "튀르키예와 유엔이 함께 그 조건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러시아를 만족시킬 조건으로 새로운 구성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을 보탰다.
동시에 "핵심 내용은 앞으로 러시아가 조건을 받아들이면 경제적으로 힘든 나라에 식량이 갈 수 있게끔, 도울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방향에서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정을 파기할 당시 러시아는 자국과 관련한 곡물·비료 수출 보장 관련 합의가 사실상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출 곡물 대부분이 아프리카 등 '빈국'이 아닌 유럽 등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관련해선 스웨덴이 당시 가입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타메르 대사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스웨덴이 가입 조건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움직여야 한다. 국가로서 그 조건을 제대로 해달라고 말한 것일 뿐"이라며 "(스웨덴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사인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달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 가입 동의 의정서에 서명해 의회로 회부한 것을 두고는 "(의회 표결 일자가) 정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검토·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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