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끼 빈대 30마리 나와 벽지 다 뜯어야”…빈대 기승에 바쁜 방역업체

최정석 기자 2023. 11. 4.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일 경기도 모 아파트 빈대 퇴치 현장 르포
“11월 셋째주까지 빈대 퇴치 스케줄로 꽉 차”
“고시원, 찜질방에 더해 가정집 신고도 늘어”
“여행 뒤에는 옷·가방 세탁하고 집 청소해야”
3일 오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정의석 대표가 방호복을 입고 있다. /최정석 기자

3일 오전 8시 30분쯤 흰색 승용차 한 대가 경기도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에 들어섰다. 자동차 뒷유리에는 ‘원스톱방역’이라는 방역 업체 상호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차에서 내린 남성은 올해로 8년째 해충 방역 일을 하고 있는 정의석 대표.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방호복을 꺼내 입으며 “한 달에 한두 번 있던 빈대 퇴치 의뢰가 요새는 매일 두세 건씩 있다”라며 “이번달 셋째 주까지 스케줄이 꽉 차있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방호복을 단단히 껴입은 뒤 트렁크에서 빈대 방역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꺼내 초록색 끌차 위에 조심히 쌓아올렸다. 방독면과 각종 살충제는 물론 컴프레셔, 스팀기까지 있었다. 장비들을 어떻게 활용하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기업 노하우라 밝힐 수 없다”며 웃었다.

3일 경기도의 한 가정집에서 정의석 대표가 방역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원스톱방역 제공

방역 준비를 마친 그는 끌차를 끌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갔다. 이날 정 대표가 찾은 고객은 얼마 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집에 빈대가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빈대 퇴치를 의뢰했다. 정 대표는 “고객이 보낸 사진을 보니 대부분 새끼 빈대던데, 솔직히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이날 조선비즈 취재진은 집주인 반대로 방역 현장까지 동행하지는 못했다.

정의석 대표가 3일 오전 경기도의 한 가정집에서 방역 작업을 마친 뒤 장비를 끌고 지하주차장으로 나오고 있다. /최정석 기자

이후 정 대표는 2시간에 걸쳐 방역 작업을 끝내고 오전 11시 30분쯤 지하주차장에 다시 내려왔다. 머리와 상반신 모두 땀에 젖어 있었다. 자동차 트렁크에 장비를 싣기 시작한 그의 주변을 방송사 취재진이 둘러쌌다. 서울과 수도권이 빈대가 퍼지기 시작한 이후 정 대표는 각종 언론사로부터 하루에만 10통 넘는 전화를 받고 있다.

“생각보다 상태가 더 심각했다”라며 말문을 연 정 대표는 “새끼 빈대만 30마리 넘게 나온 걸 보면 이미 알을 까서 번식을 시작했고, 약물 좀 쓰는 걸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침구류 같은 것들은 전부 버리고 벽지도 다 뜯어서 안쪽에 방역 작업을 한 다음 도배를 새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가 방문한 가정집은 앞으로 최소 두 달간은 주기적인 방역 작업을 받아야 한다.

3일 정의석 대표가 경기도의 한 가정집을 방역하는 과정에서 채집한 빈대. /최정석 기자

장비 정리를 끝낸 정 대표는 삼각뿔 모양의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를 주머니에서 꺼내 취재진들에게 보여줬다. 방역 과정에서 채집한 빈대 샘플이었다. 크기가 5밀리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색도 검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먼지로 오해할 만한 수준이었다. 정 대표는 “이게 최근 고시원, 찜질방같은 곳에 퍼지고 있는 반날개빈대다”라며 “열대지방이 주요 서식지이기 때문에 ‘열대빈대’라고도 불린다”고 소개했다.

왜 하필 고시원과 찜질방이냐는 질문에 정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와 같이 해외에서 온 장기 체류자가 제일 싸게 머물 수 있는 곳이 고시원, 찜질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빈대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해외에 다녀온 한국인들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게 99%”라며 “실제로 서울에서는 미군 기지가 있는 용산에서 빈대 퇴치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3일 오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방역 작업을 마친 정의석 대표가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최정석 기자

오전 방역 스케줄을 마친 정 대표는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조수석에는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이 담긴 봉투가 놓여있었다. 그는 “요새는 너무 바빠 식당에 가거나 밥을 시켜서 차려먹을 시간도 없다”며 “편의점 음식들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 뒤 사무실에 가서 바로 또 회의를 할 게 있다”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경기도 시흥에 가서 또 다른 방역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끝으로 정 대표는 “(빈대 확산) 초기에는 고시원, 찜질방 위주로 신고가 들어왔지만 요새는 오늘처럼 가정집에서 들어오는 신고 건수도 크게 늘었다”며 “해외에 다녀오셨다면 옷이나 여행가방은 한 번 정도 고온스팀처리를 해주시고 구석구석 청소기를 자주 돌려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