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人]⑫ 주은영 베스트핀 대표 “대출모집 경험만 20년… 주담대 비교 플랫폼 자신 있다”
대출모집인 연계 서비스 출시 예정
5대 은행 대출 상품도 비교 가능
“소비자 편의성·선택권 확대될 것”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부터 금융위원회를 들락날락했습니다. 당시 카카오페이·핀다 등이 혁신금융서비스 대출비교 플랫폼 1호로 선정됐는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그러나 ‘주담대는 나중에 하자’는 답변만 돌아왔었죠. 그게 벌써 4년 전이네요.”
온라인 담보대출 비교 플랫폼 ‘담비’를 운영하는 베스트핀의 주은영 대표는 지난 10월 2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비교 플랫폼’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점에 대해 이런 소회를 밝혔다.
주 대표는 “혁신금융에 선정된 업체들 대표로 발표했는데, 한 심사위원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주담대 끌고 오시더니 결국 됐네요. ‘존버(끝까지 버팀)’하는 승리자입니다’라고 하더라”면서 “(혁신금융 첫 선정) 이후에 다른 업체도 잇달아 주담대 비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지난 17년간 한국씨티은행·홍콩상하이은행(HSBC)·옛 한미은행에서 대출 세일즈 업무에 몸담은 전문가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KB국민은행의 오프라인 대출모집법인 베스트엘씨 대표를 맡고 있으며, 2021년부터 베스트핀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담비는 ‘담보대출 비교’를 줄여 지은 이름이다. 예전에는 대출모집인으로서 1사 전속을 따라야 했지만, 2021년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라는 자격을 얻게 되면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개 금융기관 수는 SC제일은행·BNK부산은행·DGB대구은행 등 27곳이다. 서비스 출시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총 누적 대출 비교 금액은 16조9085억원으로, 지난해 금액을 8개월 만에 2배 이상 앞질렀다.
담비가 참여하게 된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비교 플랫폼’은 소비자가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출모집인이 최적의 상품과 조건을 제시하고, 소비자가 이를 비교 및 선택 후 대출모집인과의 오프라인 상담을 통해 대출 신청을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택담보대출은 근저당권 설정과 주택 소유권 이전 등기 등 서류 절차가 필요해 전 과정을 100%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비는 서비스 출시 초부터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 비대면 신청이 어려울 경우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대출 담당 전문 직원 등을 직접 연결해 대출 과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서비스 지원을 해왔다. 다음은 주 대표와 일문일답.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으로 수많은 음식점을 비교하고 주문할 수 있게 됐지만,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다. 담보대출도 비교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은 100% 비대면으론 어렵다. 담보 대출을 받는 대부분이 주택을 구입할 때인데, 이 경우 집 소유주와 대출 실행자 명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다 고려해 대출을 실행하려면 대출모집인이 아직은 꼭 필요하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게 된 배경은.
“이전까진 비대면 비교까진 담비에서 할 수 있지만, 대출모집인을 파견하려면 금융사를 거쳐야만 했다. 금융사가 대출모집인(상담사)을 보내주는 곳은 그나마 괜찮은데, 지점으로 방문하라고 하거나 콜센터에서 상담만 진행하다 보니 실제 대출 실행까지 가는 전환율이 매우 떨어졌다. 베스트핀을 비롯해 이번 혁신금융을 신청한 뱅크몰,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모두 담보 대출을 지난 1년 반 정도 해왔던 곳이라 이 문제를 절실히 느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비교 플랫폼은 금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대출모집인과 소통할 수 있다. 고객이 한 곳에서 대출 상품을 비교·선택하고, 대출모집인이 부동산 등에 직접 방문해 나머지 서비스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베스트핀만의 강점은.
“대출 상품과 조건 자체는 혁신금융에 선정된 회사 4곳 모두 비슷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 만나는 대출모집인이 누구인지다. 베스트핀은 이미 약 20년 동안 KB국민은행의 오프라인 대출모집법인을 운영하는 등 관련 경험이 있다. 업무 숙련도가 높고 경력이 오래된 대출모집인을 엄선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휴 금융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5대 은행을 제외하고 주담대를 취급하는 금융사 대부분과 계약을 했다. 혁신금융에 선정된 회사들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비교 플랫폼이 되고 싶어 한 이유도 5대 은행에 있다. 5대 은행과 직접 계약하지 않아도 모집법인들하고만 계약하면 5대 은행 대출 상품을 플랫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민은행이 대출모집법인인 베스트엘씨와 계약을 하고, 이 법인이 다시 단비와 계약하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중간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인데, 수수료가 더 붙지는 않나.
“그렇진 않다. 대출모집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영업이다. 그런데 베스트핀 같은 플랫폼을 통하면 영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대출을 원하는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다시 배달 라이더 예를 들자면, 4000원 받고 한 음식점과 직접 계약하는 대신 수수료는 적지만 배달의 민족·요기요 등 여러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배달하는 것과 비슷하다. 대출모집인과 플랫폼 모두 ‘윈윈(win-win)’인 셈이다.”
―대출 비교 시장에서 빅테크와 경쟁 전략은.
“빅테크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 말 그대로 시장이 달라 경쟁이 이뤄질 수 없다. 빅테크는 정보통신(IT)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과정을 자동화해 100% 비대면 전환을 시킨다. 이 시장에선 빅테크를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베스트핀이 진입하려는 시장은 매매 시장이다. 손바뀜이 있는 주택을 구입하는 매매 시장은 100% 비대면 전환이 어려워 빅테크가 들어오기 어렵다.”
―주택 담보 대출 관련해 조언하자면.
“주택 구입 목적이 거주인지, 투자인지, 혹은 섞여 있는지가 중요하다. 요즘처럼 금리가 높을 경우 거주 목적인 고객은 조건을 낮추더라도 대출을 실행하기도 한다. 또 주식처럼 주택 시장을 오랜 기간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결혼이 예정돼 있거나, 주택을 통한 재테크에 관심 있는 고객은 한 지역의 주택 시장을 오랫동안 보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다.
처음 주택을 구입하려는 청년층의 경우 버팀목 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이 무조건 은행 대출 상품보다 유리하다. 최근 대학생인 딸이 전세 사기 뉴스를 보면서 ‘왜 학교에서 대출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안 알려주냐.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저희도 대출받기 전에 확인해야 할 사항, 2년 뒤 주택 구매 계획이 있다면 준비해야 할 사항 등을 담은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내년 계획은.
“규제개혁위원회가 오프라인 대출모집인 1사 종속 규제 해제를 권고했다. 이렇게 되면 담비가 하려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한 대출모집법인을 통해서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판매 대리 중개업 판도가 많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은행에서 모든 대출 상품을 대출모집법인이나 플랫폼에 내줄지는 다른 문제지만, 소비자를 위해 적절한 상품을 권유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주은영 대표는
▲한양대 학사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MBA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최고위 과정 ▲KAIST Digital DT 과정 1기 ▲씨티은행 ▲HSBC ▲한미은행 ▲베스트엘씨 대표(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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