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잔치·종노릇 비난 속… 5대 은행, 2년 새 가계대출 금리 1.8%p 올려

박슬기 기자 2023. 11. 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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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관련 현수막./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돈잔치', '종노릇', '갑질', '독과점' 이란 단어를 써가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가는 가운데 은행들이 최근 2년 동안 가계대출 금리를 평균 1.8%포인트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 등에 따라 은행 가계대출 평균금리도 함께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4일 은행연합회의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잔액 기준으로 4.53%로 2년 새 1.80%포인트 올랐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보면 4.51%로 1.89%포인트 인상됐다.

지난해 가계대출 평균 금리를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보면 신한은행이 5.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4.42%, KB국민은행이 4.41%, 하나은행이 4.32%, NH농협은행 4.12% 순으로 나타났다.

잔액 기준으로는 하나은행이 4.66%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4.65%), NH농협은행(4.46%), KB국민은행(4.49%), 우리은행(4.37%) 순이었다.

은행들은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평균금리가 상승한 것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상승,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증가 등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신용대출 부문에서 중저신용자대출 신규비중이 전년도의 13.9%에서 22.9%로 늘어나면서 평균적인 대출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잔액기준 대출 평균금리가 오른 이유는 2021년 이전에 취급해 상대적으로 저금리의 대출잔액이 만기상환 등으로 비중이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인 지난해 대출금 잔액 비중이 늘어난 결과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출금 금리는 지속해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잔액기준 평균금리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잔액 비중에 연동해 시장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최근 들어 대폭 늘어났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6조2071억원으로 2년 전(26조7102억원)과 비교해 35.6% 급증했다. 2021년(29조7098억원)에 비해서도 21.9% 늘어났다.


가계대출 문턱 높이기에 은행 이자이익 더 늘어나나


앞으로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의 이자이익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가계대출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하면서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인 금리 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하나은행이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포인트 축소한 데 이어 KB국민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주담대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씩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 올렸으며 지난달 13일 주담대 금리를 올렸던 우리은행은 지난 3일부터 일부 주담대 금리를 0.2∼0.3%포인트 더 인상했다.

앞서 5대 은행은 올 1~3분기 30조9366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7.4% 늘어난 수준이다. 이를 두고 고금리 시기에 은행들이 앉아서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을 계기로 은행 횡재세 도입 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횡재세는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 변화로 큰 혜택을 본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의 외부 요인으로 일부 기업이 막대한 초과 이익을 거두면서 세계적으로 횡재세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스페인, 헝가리, 체코 등 일부 유럽에선 초과 이자수익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된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이른바 올해 초 시행됐던 '은행권 상생금융 시즌2'를 재현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윤 대통령의 은행 돈 잔치 발언 이후 금융권 상생금융 동참을 끌어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이 상생금융 지원책을 마련해 올 3월부터 8월까지 내놓은 상생금융 대책 규모는 총 1조1479억원으로 8월말까지 집행된 실적은 4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지난해 사회공헌 사업에 총 1조2380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보다 16.6% 늘어난 수치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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