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과학 경계 허무는 생물학자 도킨스의 문장

백수진 기자 2023. 11. 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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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

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640쪽|2만8800원

노벨위원회는 왜 과학자에게 노벨문학상을 주지 않을까.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가 보기에 과학은 문학에 너무나 적합한 수단이다. 시적으로 보이기 위해 치장할 필요 없이, 명료하고 정직하게만 써도 그 자체로 시적이다.

1930년대 영국의 천문학자 제임스 진스가 쓴 이런 문장들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의 모든 모래사장을 우주라고 치면, 모래 알갱이의 100만분의 1이 지구다. 하지만 우리가 우주를 두렵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보다 우주가 우리와 같은 생명체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 야망, 성취, 예술, 종교는 우주의 계획과는 무관한 일처럼 보인다.”

도킨스가 수년 동안 감탄하며 읽어온 책들에 대해 쓴 서문과 서평, 기고들을 모았다. 과학과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유려한 문장과 날카로운 통찰이 가득하다. 칼 세이건의 책 중에선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가장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이렇게 평한다. “과학이 주는 선물 중 하나는, 세이건의 말을 빌리면 ‘헛소리 감지 장치’다. 그의 책은 이 장치의 사용 설명서다.” 과학책뿐 아니라 과학소설, 회고록, 사진집, 어린이책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탐독하며 책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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