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지배하는 ‘코리안 가이’
리그 10경기 6골. 그야말로 절정의 골 감각이다. 황희찬(27·울버햄프턴)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을 앞두고 지난 7월 영국으로 출국하며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특급 골잡이로 거듭나 팀을 연거푸 위기에서 구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황희찬이 있다는 건 팀에 축복’ ‘황희찬은 손흥민처럼 존경받고, 영향력 있는 선수’ 등 찬사를 쏟아냈다.
황희찬은 지난달 29일 뉴캐슬과 벌인 EPL 10라운드 홈경기에서 리그 6호골을 신고했다. 1-2로 뒤지던 후반 26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토티 고메스(24·포르투갈) 전진 패스를 따라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침투한 뒤, 절묘한 접기 동작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하는 상대 댄 번(31·잉글랜드)을 제쳤다. 그리고 왼발 슈팅으로 골 그물을 갈랐다. 울버햄프턴은 2대2 무승부를 거두고, 3승3무4패(승점 12)로 리그 12위에 자리했다. 이 골은 EPL 이달의 골 후보에도 올랐다.
황희찬은 이날 개인 통산 한 시즌 EPL 최다 골 기록을 썼다. 그는 EPL에 입성한 2021-2022시즌 리그 5골(30경기), 2022-2023시즌 3골(27경기)로 부진했다. 거듭된 햄스트링 부상이 아쉬웠다. 그런데 올 시즌 벌써 6골. 철저한 관리로 부상을 방지하고 마지막 38라운드까지 이 기세를 유지한다면 20골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
소속 팀 울버햄프턴은 2020년대 들어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1대0 신승 등으로 겨우 승점을 쌓아 살얼음판 위를 걷는 형국. 2020-2021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경기 평균 득점(0.92골)은 1골에도 못 미친다. 그간 한 시즌에 6골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울버햄프턴 선수가 개막 첫 10경기에서 6골을 넣은 건 50년 만. 울버햄프턴 팬들은 황희찬이 2019-2020시즌 17골을 넣었던 라울 히메네스(32·멕시코)처럼 화끈한 득점포를 가동하길 기대한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18번 슛을 시도해 3골을 넣었다. 올 시즌엔 16번 시도, 6골. 득점 전환율이 37.5%. 질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황희찬은 개인 기본기 훈련을 따로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 장점”이라면서 “올해 골문 앞에서 공을 잡았을 때 침착함이 돋보인다. 그간 개인 훈련 효과가 나타나고 심리적으로 더 강인해진 분위기”라고 했다.
게리 오닐(40·잉글랜드) 울버햄프턴 감독은 황희찬, 페드루 네투(23·포르투갈), 마테우스 쿠냐(24·브라질) 공격 3인방의 유기적인 협동을 장려한다. 네투는 돌파력, 쿠냐는 이타적인 패스가 돋보인다. 황희찬이 이들과 연계 후 마무리하는 게 패턴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황희찬은 화려하진 않지만 동료를 예의 주시하며 함께 라인을 올리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득점력을 끌어올린다. ‘축구 IQ’가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다.
뉴캐슬전에서 그는 실수를 저질렀다. 1-1이던 전반 추가 시간 공을 차려다 상대 발을 가격하는 바람에 페널티킥(득점)을 내준 것. 자칫 위축될 수 있었지만 동료들은 “할 수 있다” “계속 해보자”면서 그를 격려했다. 그런 긍정적인 교감에서 기운을 얻은 황희찬은 기어코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동료 말을 듣고) 정말 무언가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희찬은 올해 ‘코리안 가이(Korean Guy)’란 별명도 얻었다. 명장 페프 과르디올라(52) 맨체스터시티 감독이 황희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코리안 가이가 잘한다’고 언급하면서 화제가 된 것. 이후 과르디올라는 실수를 깨닫고 ‘황’으로 정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황희찬은 오는 5일 셰필드전에서 7호골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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