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상속세, 기업들 해외 내몬다”
“가까운 기업인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가 회복한 뒤,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했습니다. 병상에서 상속세 상담을 받아보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국내 상속세가 너무 가혹해 유능한 기업을 해외로 내몰고 있습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기업 생존을 위한 상속세제 개편 세미나’에서 상속세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행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60%(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영국(40%)이나 일본(55%)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은 14.5%에 그친다. 정 회장은 “혹자는 경영권 상속을 ‘부의 대물림’이라고 비판하지만, 기업인들은 이를 ‘책임의 대물림’이라고 생각한다”며 “과도한 상속세는 창업자가 만들어 온 기업의 정신과 책임을 지킬 수 없도록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부품회사인 인지컨트롤스를 주력 기업으로 하는 인지그룹의 창업자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는, 국내 상속세제를 개편해 국내 기업의 가업 상속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는 경영계와 학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높은 상속세’는 ‘낮은 주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기업 오너가 상속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보유한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 유인이 크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황승연 경희대 명예교수는 “과도한 상속세 영향으로 한국 코스피 상장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은 0.9배에 불과한데, 이는 기업가치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라며 “알을 계속 낳을 수 있는 ‘산 닭’의 가치가 ‘죽은 닭’보다 낮은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나스닥 기업들의 평균 PBR은 5배에 달한다.
최 의원은 상장사 등 주요 기업의 지분 상속에 대해 상속세 부과를 보류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상속을 받은 자녀가 나중에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때 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 캐나다, 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최 의원은 “상속세 때문에 일본에선 3만3000곳이 넘는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이 우리나라에는 단 10곳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합리적으로 상속세를 재설계해야 모든 국민이 기업의 주주로서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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