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200석 ‘절대 의석’ 꿈꾸는 野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으로부터 얼마 전 “내년 총선은 크게 이긴다. 질 수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고,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불안은 여전하며, 수능을 못 본 수험생과 가족들은 “이게 다 킬러 문항 난리 때문”이라며 정부를 원망할 거라고 했다. 민주당이 연말에 있을 표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면 수사 국면에서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도 필승 요소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무엇보다 정부·여당이 지금 하는 게 국민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180석 또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런 민주당이 이제는 ‘단독 200석’ ‘야권 연합 200석’을 말하기 시작했다. 과거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한 목표다.
국회에서 안건 통과 문턱이 가장 높은 게 ‘재적 의원 3분의 2(200석) 이상 찬성’이다. 개헌이나 대통령 탄핵 소추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도 한 번은 쓸 수 있지만, 국회에서 200명 이상이 찬성해 재의결하면 무력화된다. 영화 속 ‘절대 반지’처럼 뭐든 다 할 수 있어서 200석은 ‘절대 의석’이다. 여차하면 대통령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키는, 사실상 일당 독재가 펼쳐지는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 돌아가는 200석 행복 회로에 브레이크는 없어 보인다. 새로 임명된 박정현 당 최고위원은 3일 처음 참석한 최고위 회의에서 “이재명 중심으로 똘똘 뭉쳐 총선 승리”를 외쳤다. 박 최고위원의 내정 때 비명계 반발이 심했었다. 한 자리 남은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친명 인사로 채우는 건 너무하다는 것이다. 그런 비판을 받았던 박 최고위원의 취임 일성은 노골적인 ‘나는 친명’이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승이 더해지면서 친명이 완전히 분위기를 장악한 민주당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럴 때일수록 몸을 낮춰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야당이 200석을 거론하는 상황에서도 여당은 태평해 보인다. “민주당이 200석 얘기를 많이 할수록 국민의힘은 유리하다”고 한다. “20년 집권한다더니 바로 뺏기지 않았느냐”고 위안을 삼는다. 민주당의 오만에 기대 반사 이익을 얻으려 할 뿐 실질적 성과로 승부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을 보면, 반대로 민주당이 정말 200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민주당이 180석을 가지면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21대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소수당을 위한 필리버스터, 안건조정위도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 격렬히 항의해 회의장이 소란해지면 “찬성, 일어나세요” 기립 표결로 안건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200석을 가지면 그보다 더한 걸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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