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펭귄을 만나고 나의 세상은 더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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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생태계 모니터링 연구자 자격으로 5개월간 남극에서 생활한 젊은 생물학자가 생태 관찰기를 풀어낸 에세이다.
저자는 남극 대륙 리빙스턴섬 시레프곶에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을 회고하며 "내가 가는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저자는 얼마 안 돼 탐험과 연구 대상이던 남극이 더 이상 펭귄이나 물개의 터가 아닌 자신이 사는 '세상' 그 자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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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남극 대륙 리빙스턴섬 시레프곶에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을 회고하며 “내가 가는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 미국, 스페인,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를 옮겨 다니며 산 저자는 어디서든 ‘외국인’으로 여겨졌다. 눈 덮인 남극 대륙에서 턱끈펭귄, 전투펭귄, 남극물개와 첫 대면을 했을 때도 그는 익숙한 ‘낯섦’의 거리감을 마주했다. 하지만 저자는 얼마 안 돼 탐험과 연구 대상이던 남극이 더 이상 펭귄이나 물개의 터가 아닌 자신이 사는 ‘세상’ 그 자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관찰 대상에 불과했던 펭귄과 교감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위치 추적기를 부착한 펭귄 중 두 마리가 시레프곶에서 80km쯤 떨어진 킹조지섬을 빙 돌아서 이동 중이며, 또 다른 두 마리는 대서양으로 곧장 나아가 150km 넘게 이동한 사실을 파악하곤 “아이를 처음 대학에 보낸 부모들과 비슷한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 또 펭귄의 식생활 표본을 얻기 위해 펭귄 식도에 호스를 밀어 넣어 모든 걸 게워 내게 만든 뒤 정든 펭귄을 학대했단 생각에 괴로워한다.
세밀한 관찰기를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남극 풍경과 수많은 펭귄 떼의 모습이 펼쳐지는 듯하다. 기후변화가 남극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저자의 삶을 통해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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