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시인' 민시우 "제 꿈요? 위로와 치유 주는 사람"[문화人터뷰]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 개봉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처음 쓴 시는 부끄러워서 책장에 숨겨뒀었어요."
"엄마가 없는 게 좋은 게 하나도 없다"고 매일 울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울며 견디며 참다 참고 아픈 그리움을 글로 썼다.
2016년 5살 때 폐암으로 엄마를 보낸 민시우(11)군이 낸 시집 '약속'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서울에서 살다 엄마와 함께 왔던 제주도에 아빠와 남은 아이는 엄마한테 말하듯 일기처럼 시를 썼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창밖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엄마 생각도 나고 눈물도 나와 쓴 첫 시 '슬픈 비'를 아빠(민병훈 영화감독)가 발견했고, 믿기지 않는 시에 놀란 아빠는 속이 깊어진 아들에 깜짝 놀랐다.
'비는 매일 운다.
나도 슬플 때는
얼굴에서 비가 내린다.
그러면
비도 슬퍼서 눈물이 내리는 걸까?
비야
너도 슬퍼서 눈물이 내리는 거니?'
시우군은 아빠와 약속한다. “1년 뒤에 엄마가 있는 곳에 다녀오자”고. 그렇게 1년 동안 ‘시우’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시로 꾹꾹 눌러 담으며 영원 같은 하루를 꿈꿨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지켜낼 거라는 약속 아홉 살 소년의 사랑이 시작(詩作)됐다.
하루 하루 엄마에 고하듯 써내려 간 시들은 지난해 엮어져 첫 시집으로 나왔고, 엄마가 사라진 후 슬퍼하던 시우 군을 영상에 담은 아빠는 아들의 시 제목 그대로 가져와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을 개봉했다. 시우 군이 엄마의 상실로 슬퍼하던 순간부터 엄마의 수목장 나무를 찾아가는 3년의 시간을 담았다.
영화를 봤다는 시우 군은 "사실 그 당시엔 그렇게 많이 운 걸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저 때 정말 많이 울었구나 싶었다"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3일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기자를 만난 시우 군은 "시가 가장 많이 위로 됐다"며 어른 같은 모습을 보였다.
엄마를 향한 마음 담은 시…천국과 영원은 엄마에 대한 마음
시우군의 시집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남아있다. 남아있는 감정을 모두 털어내듯 "엄마가 보고 싶은 첫눈"부터 "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엄마 아이스크림"까지 자신의 시선이 닿은 것에서 엄마를 떠올린다.
특히 시에는 '천국'과 '영원'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 이유를 묻자 너무나 빠른 답변이 돌아왔다. "천국은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고 "영원한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와 계속 함께하는 꿈을 시우군은 매일 시를 통해 그려나갔다.
"이제 엄마에 관한 시는 안 쓰고 있어요."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 시우군은 이제 다른 주제를 준비 중이다. "엄마를 주제로 쓰다보면 너무 비슷한 시가 나오는 것 같다"는며 "무조건 시를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고 밥 먹듯이 그냥 내가 할 일을 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새로운 것들로 자신을 채워나가고 있다.
꿈은 시인 아닌 "위로와 치유 주는 사람"
"시인이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시집을 냈지만 단순히 시인으로 머물고 싶은 것이 아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충분히 쓴 순간이 오면 그때 글쓰기를 멈추기 위해 "지금 시를 꾸준히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자연과 눈사람, 노루와 대나무까지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그가 글쓰기를 멈춘다는 말에 아쉬움이 가시지 않을 때 역시 아이 같은 모습으로 밝음을 선사했다.
인터뷰가 끝나가자 시우 군이 들떴다. 옆에 함께하던 아빠에 "나 사인 만들거야!"라며 한참을 고민하더니 첫 사인을 완성했다며 보여줬다. 이름과 영어 이니셜이 섞인 새 사인을 책에 옮기던 시우 군은 영화 '약속' 개봉 후 사인 해 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지난 8월 유퀴즈 방송에 출연하며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시우 군은 현재 시인으로, 배우로 불리지만 그건 자신의 꿈이 아니라고 했다. 아이 같던 시우군이 다시 어른처럼 분명하게 말했다.
"저처럼 슬픔이 있던 분들이 위로 받고 치유 받을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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