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경색, 중 불경기 겹쳐…항공기·선박 70% '텅텅'
‘유커 특수’ 왜 안 오나
8월 중국 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78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관광을 허용할 당시 관광·유통업계가 들썩였다. 사실상 6년 여 만에 ‘유커의 귀환’이 공식화된 덕분이다. 2016년 약 807만명으로, 전체 외국 관광객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이듬해 반토막 났다. 이후 코로나19까지 닥치며 올해 1~7월 누적 중국 관광객 수는 77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방문객의 1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허용 발표는 관광업계의 갈증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는 특히 중국 국경절과 중추절 연휴가 시작되는 9월 말~10월초 경에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채비를 서둘렀다.
그러나 기대했던 ‘유커 특수’는 없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 수는 연초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지만, 단체관광 발표 직후인 8월(26만명)과 9월(26만4000명) 관광객 수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항공편 이용객도 증가율이 더디긴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8월 국제선 노선 여객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중국은 아니었다. 2019년 동기 대비 중동(109.9%) 노선은 오히려 소폭 증가했고, 미주(99.3%), 일본(92%) 노선도 정상화됐다. 반면 중국 노선의 회복률은 31.1%에 그쳤다.
카페리 운영업체 관계자는 “카페리 운임 정가가 편도 15만원 정도인데 승객이 워낙 적어 현재는 상시적으로 50% 이상 할인 중”이라며 “예년에 비해 절반가량만 운항하는데도 직원보다 승객이 적으니 적자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공권에 비해 운임이 저렴한 카페리 승객 대부분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소상공인들이었다. 이들의 주요 소득원은 면세품, 그중에서도 마스크팩과 같은 중저가 화장품과 밥솥이었다. 그러나 중국 내 불경기로, 이를 구매할 만한 여력을 지닌 소비자가 줄면서 따이공의 발길도 뜸하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평택항을 이용해 한 달에 서너 번씩 한·중을 오갔다는 옌타이 출신 따이공 장웨이는 “예전엔 면세점 할인율이 45%는 됐는데 이제는 30% 초반으로 낮아져 가져가 팔아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며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예전만 못하고, 구매대행 가격이 예전만큼 경쟁력이 없어 따이공 숫자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항공·선박 노선이 정상화 돼도 유커가 당장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현진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팀장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인센티브 단체관광이 조금씩 들어올 계획이지만 소비력이나 규모 등 회복 탄력성이 당초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선 중국 경기가 회복해야 내국 관광이 이뤄지고, 해외 관광이 뒤따라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한령 이후 중국 내 애국주의가 득세하고, 양국 관계가 예전만 못한 점도 걸림돌이다.
중국전담여행사 케이씨티트래블의 장유재 대표는 “올해 초만 해도 양국은 입국 제한 조치와 단기비자 발급 중단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만큼 관광 교류가 바로 회복되긴 어렵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6년간 한국을 떠나있던 유커의 마음을 돌려놓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예전과 달라진 유커의 여행 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보다 은퇴가 빠른 중국에선 50대에 일을 관두고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신중년이 중국 내 단체여행 수요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젊은 층에 비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는 데다 단체여행을 선호하는 신중년을 새로운 유커로 보고, 이들을 겨냥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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