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휴식’ 무패 승률왕 투혼, 홈런타자는 희생번트…간절함이 잠자던 2위를 깨웠다, 기적의 역스윕 도전 [PO4]
[OSEN=창원, 이후광 기자] 무패 승률왕은 사흘 휴식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사령탑은 4점 차에도 희생번트를 지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간절함이 모여 2승 2패 동률을 이뤄냈다.
시리즈 2패에서 3차전을 따내며 기사회생한 KT는 4차전 선발투수로 4선발 배제성이 아닌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예고하는 변칙 전략을 택했다. 1차전에서 75개를 던진 쿠에바스가 사흘 밖에 못 쉰 상태서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
KT 이강철 감독은 “1차전이 끝나자마자 쿠에바스에게 투구수가 적당하니 4차전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우리는 4차전을 간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날 본인도 OK라고 했다”라며 “쿠에바스의 1차전 공이 나쁜 건 아니었다. 내가 체크한 부분이 1~2개 정도 있었는데 그걸 인지하고 들어가면 원체 좋은 투수라 괜찮을 것 같다. 송명기와의 매치업에서 기록은 우리가 우위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쿠에바스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 때도 불과 이틀 휴식 후 등판해 7이닝 99구 무실점 투혼을 펼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직전 경기에서 NC 타선에 3이닝 동안 7실점 난타를 당했고, 아무리 75구를 던졌다 해도 정규시즌과는 피로도가 전혀 달랐다. 여기에 수원에서 창원까지 장거리 이동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쿠에바스는 모든 변수를 실력으로 지워냈다. 체력 회복에 있어 사흘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날 NC 타선을 상대로 6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73구 역투를 펼치며 무패 승률왕의 위엄을 유감없이 뽐냈다. 1회 선두 손아섭을 3루수 황재균의 실책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3타자를 침착하게 범타 처리했고, 6회 2사 후 손아섭에게 첫 안타를 맞을 때까지 1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펼쳤다. NC 타선을 그야말로 압도한 투구였다.
지난 3경기서 빈타에 시달린 타선은 4경기 만에 가을 분위기를 완전히 익혔다. 1회부터 선취점을 뽑아냈다. 선두 김상수가 사구와 2루 도루에 이은 포수 송구 실책으로 2루를 지나 3루에 도달한 상황. 이어 앤서니 알포드가 볼넷을 골라낸 가운데 박병호가 1타점 적시타, 장성우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연달아 쳤다. 비교적 짧은 뜬공이었지만 미식축구 선수 출신 알포드가 홈까지 폭풍 질주하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2회에는 내전근이 불편한 박경수 대신 출전한 오윤석이 내야안타, 배정대가 우전안타, 조용호가 희생번트로 1사 2, 3루 밥상을 차렸다. 이어 상대 폭투와 황재균의 1타점 2루타로 격차를 벌렸다.
KT는 멈추지 않았다. 3회 선두 장성우와 오윤석이 안타를 치며 흐름을 이었고, 배정대가 2타점 적시타로 6-0을 만들었다.
KT의 타격은 4회 절정에 달했다. 선두 황재균이 솔로홈런을 쏘아 올린 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장성우마저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선발 솜명기에 이어 이재학을 투입한 NC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이후 7회 2득점, 8회 1득점을 통해 두 자릿수 득점까지 돌파했다.
벤치의 기민한 대응도 2승 2패 동률에 한 몫을 했다. 1회 사구로 출루한 김상수의 도루를 통해 송명기-김형준 배터리를 흔들었고, 2회 무사 1, 2루에서 희생번트를 통해 추가 2득점을 이뤄냈다. 또한 4-0으로 비교적 넉넉하게 앞선 3회 무사 1루에서는 홈런타자 문상철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는 변칙 작전으로 또 한 번 추가 득점을 만들어냈다.
또 하나 반가운 건 포스트시즌 들어 안타가 없었던 알포드의 부활이었다. 이번 시리즈 11타석 8타수 무안타 부진에 시달린 알포드는 이날도 3번 타자를 맡아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볼넷 2득점 맹활약으로 5차전 전망을 밝혔다.
KT는 결국 NC를 11-2로 대파하며 시리즈 2패 벼랑 끝에서 2승 2패 동률을 이뤄냈다. 홈에서 2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이대로 가을야구가 끝나는 줄 알았지만 역으로 적지에서 2승을 챙기며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창원에서 비로소 정규시즌 2위의 품격을 되찾았다.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은 오는 5일 KT의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진출팀이 가려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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