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개혁하기에 오늘보다 좋은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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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못지않게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에 힘써야
역량 갖춘 투자인력 확충하고
독립성·전문성 높이는 개혁 필요
」
연금 재정안정을 통해 기금고갈 시기를 늦추는 방법은 쉽게 말해 ‘보험료 올리기와 수익률 높이기’ 두 가지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두 가지 혁신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역대 최고 성공 사례는 캐나다의 연금 개혁이라고 볼 때 벤치마킹할 가치가 충분하다. 캐나다의 경험은 보험료 인상 등 재정확충을 위한 제도개혁과 기금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기금운용 거버넌스 개혁이라는 상호보완적 투 트랙으로 가능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1997년 연금투자위원회(CPPIB)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조 재편해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했고,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운영 시스템을 구축했다. 캐나다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혁의 성과는 전 세계 주요 연기금 중 최고 수익률 실적이 말해 주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지난 9월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5년 만이고 전 세계 연기금 가운데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어 세 번째로 적립금 1000조 시대를 열었다. 운용자산 1000조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맞먹는 큰 규모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국민연금 수익률 성적은 초라하다. 지난 10년 연평균 수익률이 5%대에 머무르며 세계 연기금 중 수익률 1위인 캐나다 연금(10%)의 절반에 불과하고, 7%대 수준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이나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보다 낮아 주요 글로벌 연기금 중 바닥권이다.
장기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보험료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2040년 1700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국내 자본시장 충격 등 부정적 효과가 예상되고, 2055년으로 예고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이고, 연금개혁의 촉매제로서 장기수익률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연평균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기금고갈 시기를 적어도 5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때, 수익률 개선은 연금 재정안정에 기여하고 보험료 인상 부담 경감에 일조할 수 있다.
기금 수익 경쟁력은 인력, 정보력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에 달렸다. 특히 금융경쟁력은 사람에 달렸다는 말과 같이 전문 인력 확충과 역량 발휘를 위한 환경 조성이 관건이다. 아울러 운용 수익률을 높이려면 국민연금 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캐나다 연금은 정부와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운 투자 전문가들에게 연금 관리를 맡기고, 오로지 수익률 하나만 본다는 목표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이 모여드는 조직 운용체계와 환경을 조성하는 기금운용 지배구조 혁신이 수반돼야 실효성이 큰 개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 정부의 연금개혁 시나리오에 이전과 달리 기금수익률을 추가 변수로 포함한 것은 다행이다. 그만큼 연금재정 안정과 소득대체율 개선을 위해서도 효율적 기금운용이 관건이 될 거라는 인식은 기대할 만하다. 나아가 과거 캐나다(폴 마틴 장관)와 일본(고이즈미 총리)의 성공적 경험은 마음을 울리는 끈질긴 소통으로 개혁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고, 확고한 개혁 의지와 강력한 정치적 돌파력이 동반됐기에 가능했다는 교훈을 시사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연금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을 과감히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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