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가을

2023. 11.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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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1996)

단 하나의 행으로 이루어진 짧은 형태의 작품이지만 가을밤처럼 길고 짙은 여운을 품고 있습니다.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든 가느다란 기침 소리든 갓 내린 커피의 향이든 우리는 온갖 인기척을 내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각과 마음속으로 들 때는 별다른 기척 없이 성큼 다가가기도 하지요.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라는 말은 실제로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적 같은 일. 물론 반대로 어떠한 기척도 없이 상대가 멀어지거나 내가 멀리 떠나올 때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 역시 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숱한 기척과 기적 사이에서 우리의 가을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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