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전 LG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 올핸 주인 찾을까
한국시리즈 7일 팡파르
LG가 KS에 진출하면서 또다시 화제가 된 물건들도 있다. 2018년 작고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야구단에 선물한 고급 시계, 그리고 우승을 기약하며 준비한 ‘축하주’다.
럭키금성그룹은 1990년 서울 연고 MBC 청룡을 인수해 야구단을 창단했다. 구본무 회장(당시 그룹 부회장)이 초대 구단주를 맡았다. 구 회장은 LG가 90년대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교류, 2군 전용 훈련장 건립, 프런트 조직 강화 등 선진 시스템을 도입했다.
구 회장의 모든 노력은 야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에서 나왔다. 1992년 투수로 입단한 차명석 LG 단장은 “신인 때 경남 진주에 동계훈련을 갔는데, 어떤 분이 운동장 바닥을 고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분께 인사를 하기에 나도 따라했다. 선배들에게 누군지 물었더니 ‘구단주’라고 해서 너무 놀랐다”고 회고했다.
LG 창단준비팀장과 단장을 지낸 최종준 대한바둑협회 부회장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는 매년 참석하셨다. 몸살이 나도 빠지지 않았다. 한 번은 캠프에서 내기를 하자고 했다. 회식 참석자 이름을 맞히는 거였는데 불펜 포수나 배팅볼 투수 3명 정도만 빼고 전부 이름을 댔다. 야구단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컸던 분”이라고 회상했다.
창단 첫 해인 1990년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오른 LG는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KS 4연승을 거둬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94년엔 ‘신바람 야구’ 열풍을 일으키며 두 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95년과 96년엔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구 회장도 안타까워했다.
LG 구단은 ‘단목 행사’란 전통이 있었다. 구 회장의 외가가 있는 경남 진주시 단목리로 선수단을 초대해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 관계자, 그룹 사장, 취재진까지 초청한 행사였다.
LG는 이후 세 차례 준우승에만 머물렀다. KS는 2002년이 마지막이었고, 10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시기(2003~12년)도 있었다. 2021년엔 LG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는 ‘롤렉스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으나 끝내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시계는 마치 ‘신화’처럼 이야기로만 전해졌다. 최 부회장은 “당시엔 시계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았다. ‘부정 탄다’는 이유로 일종의 금기처럼 여겼다”고 회상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구단 관계자 중 실제로 시계를 본 사람도 거의 없다. 차명석 단장은 “나와 (1994년 입단한) 김재현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뿐일 것”이라고 했다.
일부 언론은 구본무 회장이 산 시계는 롤렉스의 대표적인 스포츠시계인 데이토나 시리즈 중 하나인 데이토나 레오파드라고 보도했다.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라 가치가 더 올라 구입가의 두 배 이상으로 거래된다는 내용도 더해졌다. 잘못된 정보다.
지난해 시계를 들고 직접 롤렉스 매장을 찾았던 차명석 단장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다시 광택을 내고, 내부 청소를 했다. 기사에 나온 것처럼 화려한 제품이 아니다. 다소 올드한 스타일의 일반적인 롤렉스 다이아몬드 금장 시계다. 알도 그렇게 크지 않다. 시계 기능은 문제없다”고 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억대를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MVP를 아쉽게 놓친 선수에겐 내가 상금 1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소주가 다 증발되어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증류주는 오래 보관하면 자연 증발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승 축하주’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LG 구단 관계자는 “양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몇 년 전에 세 통에 있던 걸 하나로 모았다. 4분의 1 정도 남아 있다”고 전하며 “KS에서 우승하면 시계를 공개할 예정이다. 술은 마실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LG 팬들은 올해야말로 시계가 주인을 찾아가고 소주 항아리가 열리기를 염원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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