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돔·대구·버터로 만든 젤라토? 디저트와 음식 사이 선 넘는 맛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2017년 문을 연 이래로 권정혜 셰프는 디저트와 음식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메뉴를 만들어왔다. 낮은 온도에서 재료의 맛을 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젤라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5년 이탈리아 볼로냐에 가서 젤라토 생산과정 기본을 익힌 후 다양한 책을 참고하며 그는 두 가지 방향성을 잡았다고 한다.
원래 재료 맛을 끌어내는 데 충실하기 위해 과일 소르베를 만든다. 단순히 과육을 갈아서 만드는 게 아니다. 실제 과일을 한 입 베어물었을 때 껍질과 과육 맛이 동시에 나는 것과 같이, 하나의 과일에서 느껴지는 모든 맛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자두 껍질과 과육, 그리고 씨 주변 과육의 맛은 각각 다르다. 때문에 전체적인 맛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각각 따로 가공한 후 적절한 비율을 찾아서 섞는다.
여러 가지 요소를 덧붙여가며 복합적인 맛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생선이나 채소류 등 일반적인 식재료를 사용한다. 캐러멜을 만들 때 설탕 태우는 향이 김을 구울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또 다른 해조류인 감태를 사용한 감태 캐러멜 젤라토를 만들었더니 그 맛이 클래식한 디저트 메뉴인 짭짤하고 달짝지근한 솔티드 캐러멜과 비슷하다.
옥돔으로 만든 젤라토는 영귤 젤라토와 같이 내고, 대구로 만든 젤라토는 케일 젤라토와 함께 내면서 맛의 균형을 잡는다. 버터 젤라토를 만든 적도 있다. 일반 버터를 먹을 때처럼 빨간 무에 버터 젤라토를 올리고 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거나, 담백한 빵 사이에 넣어서 먹는 등 소비자 스스로 다른 맛과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가 현재 먹는 재료로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려고 해요.” 권 셰프는 최근 젠제로 도산점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음료와 젤라토의 조합을 선보이는데 고르곤졸라 치즈 젤라토, 올리브 젤리와 함께 스파클링 와인을 내거나 티라미수 젤라토와 이탈리아 레드 와인 아마로네를 준비하는 식이다. 미래 먹거리를 개발하는 농촌진흥청과 협업해 신품종 과일을 알리는 젤라토도 만든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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