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적 무신론자 도킨스의 서평집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이기적 유전자』 가 발간된 건 1976년. 35세의 청년이던 저자는 여든이 넘는 노장이 됐다. 『리처드 도킨스, 내 인생의 책들』은 지금껏 그가 쓴 서문과 서평, 기고문 등을 모아 정리한 서적이다.
‘단 한 권만으로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의 지적인 여정을 따라잡을 수 있겠다’고 기대하며 책을 폈다. 공짜는 없다. 전문적 과학서를 압축한 거장의 서문과 서평을 따라가는 건 눈을 감고 코끼리를 더듬는 것처럼 난해하다.
진화론과 창조론에 대한 서구 사회의 치열한 논쟁과 갈등도 책 곳곳에서 다루고 있다. 과학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신뢰는 절대적이고 비타협적이다. “종교는 나쁜 과학”, “내적 망상”이라고 평하는 도킨스는 성직자의 배교를 지원하는 사업에도 앞장선다. 그에겐 창조주 신을 버리고 진화론이라는 과학을 ‘영접’하는 게 구원이자 해방.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첫머리를 이끄는 대담이 매력적이다. 칼 세이건의 후계자라 불리는 천재 물리학자 닐디그래스 타이슨,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등과 깊은 대화를 나눈다. ‘과학자의 종교적 믿음’ 같은 문제부터 ‘이기적 유전자’, ‘확장된 표현형’ 등 그가 제시한 진화론 개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과학자이면서도 문학적인 글을 쓰는 저자는 “과학은 시적으로 들리기 위해 언어를 치장할 필요가 없다”는 ‘과학 탐미주의자’다. “명료하고 정직하게 쓰면 독자에게 시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과학을 음악이나 미술 또는 문학을 대하듯 했으면 좋겠다”는 게 ‘과학 전도사’인 그의 희망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득한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만든 거대한 전파 망원경이 그에겐 미켈란젤로의 조각 같은 값진 예술 작품이다.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칼 세이건), 『무(無)로부터의 우주』(로렌스 크라우스) 등 도킨스의 상찬을 받은 책은 다음 독서 목록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마음에 맞지 않는 책에 대해서는 “이 책은 무시하고 넘어가시길”, “포기한 사람의 책”이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날린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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