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는 가슴으로 진출하라 [아침을 열며]
'지화자!'
인도네시아에 관심 있는 기업가 모임의 건배사다. 지금의 화두는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수도)라는 뜻이다. 지화자를 외치는 분들은 인도네시아를 기업 하기 좋은 천국으로 인식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룰이 작동하지 않는 지옥 같은 곳이라고 불평하는 분들도 있다.
왜 그럴까. 여러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접하다보니, 답이 나오게 됐다. 머리로 경영하는 기업엔 지옥의 나라이고, 가슴으로 경영하는 기업에는 천국인 나라이다. 실제로 홉스테드 문화지수로 평가하면 인도네시아는 룰과 시스템이 아닌 가슴의 나라이다. 홉스테드 지수란 네덜란드 심리학자 헤이르트 호프스테드(Geert Hofstede)가 전 세계 50여 개 국가의 IBM 직원을 통해 확보한 문화 관련 데이터베이스 분석으로 파악한 문화 구분법이다.
홉스테트 지수로 본 인도네시아의 특징은 첫째, 불확실성 회피 지수(Uncertainty avoidance)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할 때 질서, 규칙을 활용하는 수준이 낮다. 그들은 문제를 풀 때 정서로 해결하고자 한다. 체면이 시스템보다 중요하다. 규칙·시스템에 대한 중시 수준이 낮아 징계하는 순간 반발하는 성향이 높다. 옳고 그름의 논리가 아닌, 따뜻함과 냉정함의 논리가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다.
둘째, 권력 거리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이다.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 순응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즉 권위에 대한 존경심이 굉장히 강해서 (잘못된 경우라도) 권력수용도가 높고 권력순응적이다. 셋째, 욕망관용지수(Indulgence)이다. 인도네시아는 자기관용도가 높고, 낙관적이고 웃음의 나라이다. 넷째, 장기지향성(Long term orientation)이다. 한국은 자원이 없는 나라여서 미래 불확실성에 극도로 민감해 100점인 나라인 반면 인도네시아는 미래를 별로 걱정하지 않는 나라이다. 자원이 많고 매일 자라는 바나나가 있어 미래 굶을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다섯째, 개인주의지수(Individualism)가 낮다. 개인의 성취지향보다 집단의 성취지향이 강하다. 한국에서 집단주의가 퇴색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더 집단주의 국가이다. 인도네시아의 모든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대를 동원하여 국가를 따라 부르는 것이다. 국제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의 2022년 조사에서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애국적인 나라로 꼽혔다. 인도네시아인 응답자의 14%가 인도네시아를 세계 최고의 국가로 뽑았다.
여섯째, 남성성지수(Masculinity)이다. 야망이나 자기주장 등 전통적 남성성이 존중받는 정도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한국보다 더 전통적인 남성중심사회이다.
홉스테드 지수를 통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앞서 지적한 대로 인도네시아는 가슴의 나라이고 낙관적인 웃음의 나라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경영하는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다.
이런 문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우리 기업가들의 사례도 당연히 존재한다. 196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한 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과 '미스터 신발 왕'으로 통하는 송창근 회장 등이다. 특히 송 회장은 단돈 300달러로 인도네시아에서 신발제조업을 시작해 나이키, 컨버스, 헌터부츠 등 세계적 브랜드화를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면서 성공 신화를 써가고 있다. 현재는 KMK 글로벌스포츠그룹에 6개 계열사, 4만여 명의 종업원을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직원들은 기도 시간에도 우리 기업이 잘되도록 기도하고, 송 회장이 건강하도록 기도한다고 한다. 직원들은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관심이 있는 우리 기업은 원가와 품질을 넘어 사람과 가슴으로 기업을 재정의해보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기업은 세상을 보는 각도 싸움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이해관계자경영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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