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인데 37도까지? ‘초겨울에 초여름’…지구촌 이상고온, 필리핀 기온 치솟아

한국도 지난 2일 섭씨 29도까지 올라
아시아 등 동반구 중심 ‘열돔현상’ 원인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진. 타스 연합뉴스

11월 들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1일 필리핀 기온이 섭씨 37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이달 들어 기온이 섭씨 29도까지 오르는 등 초겨울에 나타난 초여름 현상을 겪고 있다. 외신들은 올해 들어서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 발생해 온 ‘열돔 현상’의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아시아 등 동반구를 중심으로 올해 11월 초 날씨가 관측 이래 11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1월의 첫 이틀 동안 한국, 북한, 몽골, 필리핀, 튀니지, 방글라데시, 키프로스, 몰타 등 동반구 8개국에서 역대 가장 더운 11월 날씨를 기록했다.

기온이 가장 높았던 필리핀의 경우 지난 1일 섭씨 37도 가까이 치솟았다. 가장 낮았던 몽골 기온은 섭씨 21도 정도였다. 이는 이 시기 평균보다 약 10∼19도 더 높은 수치라고 WP는 전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일 강릉 날씨가 섭씨 29도로 가장 더웠으며 서울도 26도까지 올랐다.

중국은 국가 전체로 봤을 땐 11월 최고 기온을 넘어서진 않았지만, 많은 지역에서 해당 지역 기준 가장 더운 11월 날씨를 보였다. 이를 두고 기후역사가 막시밀리아노 헤레라는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중국 기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라고 적었다. 일본에서도 지난 2일 최소 122개 지역이 자체 1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밤 최저 온도가 섭씨 30도를 기록한 지역도 있었던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이상고온 현상은 올해 들어서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 꾸준히 발생해 온 ‘열돔 현상’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WP는 가장 지속력이 강한 열돔들이 일본과 동아시아 근처에 몰려 있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유럽에도 일부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돔 현상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의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이는 현상이다.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차면서 운동장이 찜통이 됐다고 보면 된다. 태양 빛을 받아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면 더운 공기는 위쪽으로 찬 공기는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대류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상승하던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에 가로막히면서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 열돔 현상이 발생한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돔 지붕 역할을 하는 셈이다.

WP는 더위가 이번 주말까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중국, 한국에서 이어지고, 일본에서는 이르면 다음 주 화요일까지 지속할 것으로 관측했다. 2023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점쳐진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