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 최고 핵과학자 “北核 해결 기회 워싱턴이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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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홍섭 영변핵연구소 소장이 헤커 박사의 손에 플루토늄을 쥐여 준다.
이 첫 방북 이후 총 7번 영변 방문이 이어졌고 그는 '북핵 드라마를 맨 앞줄에서 본 사람'이 됐다.
세계 최고 핵과학자이자 북핵 권위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학 석좌교수가 지난해 미국에서 펴낸 '핵의 변곡점'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과학자이자 외교가, 국제정치학자의 복합적인 눈을 가진 시대의 증언자로서 그가 본 북핵 역사는 '기회는 많았고, 워싱턴은 놓쳤다'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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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변곡점: 핵물리학자가 들여다본 북핵의 실체/지그프리드 헤커/천지현 옮김/창비/3만원
“우리가 만든 걸 좀 보시겠습니까?”
세계 최고 핵과학자이자 북핵 권위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학 석좌교수가 지난해 미국에서 펴낸 ‘핵의 변곡점’이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 핵 연구자의 60년 지혜를 바탕으로, 북한 핵프로그램의 두뇌로 여겨지는 현장에 접근한 경험과 북핵 문제를 추적해 온 최근 20년의 핵심 교훈을 담은 북핵 필독서다.
과학자이자 외교가, 국제정치학자의 복합적인 눈을 가진 시대의 증언자로서 그가 본 북핵 역사는 ‘기회는 많았고, 워싱턴은 놓쳤다’로 요약된다. 뼈아픈 ‘실기’의 순간들을 ‘변곡점’이라 칭하고 낱낱이 분석, 비판한다.
가령 ‘첫 변곡점’은 조지 부시 정부 시절 ‘존 볼턴의 망치’가 깨버린 제네바합의, ‘가장 심각한 변곡점’은 트럼프의 하노이 회담으로, 당시 북핵의 기술적 수준과 정치적 상황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집중 분석 대상에 올린다.
그는 가난하기로 손꼽히는 나라가 미국을 겨냥하는 3개국에 포함되기까지, 워싱턴의 문제를 객관적이면서도 신랄하게 기록하면서 북한 문제를 ‘하염없이 뒷전에’ 놓아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 워싱턴의 나태한 담론에도 날 선 비판을 가한다. “사태를 오도하는 실망스러운 담론이 미국 내에 존재함을 알게 됐다. 미국 측 노력이 북측의 반복적인 외교적 합의 위반 탓에 무위로 돌아갔다는 믿음이었다. 워싱턴은 너무 쉽게 실패를 면피했다.”
북한은 외교와 핵기술이라는 ‘이중 경로’를 가동해 왔으나 미국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령 북한에 족쇄가 됐던 건 제재가 아니라 외교적 합의였고, 미국이 합의를 깰 때 오히려 북한은 핵기술 진행에 전속력을 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어떻게 부시 정부는 북한이 또다른 길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제네바합의를 내팽개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의심했던 우라늄 경로는 수년이 걸릴 일인데. 볼턴의 망치는 제네바합의를 끝장내 강경파들에게는 기쁨을 줬겠지만, 결국 북한이 플루토늄 폭탄으로 가게 해 줬다. 가장 기본적인 위험/편익 분석만 했더라도 이런 결정을 내릴 순 없다.”
혐오와 흑심의 오염물이 둥둥 떠 있는 수면 아래로 헤커 박사는 특별했던 운명의 무게만큼 육중한 닻을 내려 중심을 잡는다. 책의 첫 장엔 한반도 문제에 함께했던 옛 동료를 추모하며 ‘한없는 활력과 평화롭게 번영하는 한반도를 위한 헌신으로’라는 문구를 썼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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