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등 떠밀린 국민의힘 39명…“반헌법·반민주적 월권” 반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권유
印, 대승적 결단 공개적 촉구
평가 하위 20% 공천배제도
인 위원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권유한 ‘중진·친윤·지도부’에 해당하는 의원을 매일경제가 집계한 결과다. 중복되는 인원을 제외하면 39명으로 이는 국민의힘 전체 의원 111명 중 무려 35%에 달한다.
인 위원장이 영남권 중진을 넘어 친윤계를 향해 ‘험지 출마론’을 띄우면서 국민의힘 내부에 큰 파란을 몰고왔다. 인 위원장은 이전부터 중진의 수도권 출마 필요성을 여러번 언급해왔다. 하지만 이를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당선 안정권인 영남권에 포진한 당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의 대승적 결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압박에 나선 것이다.
혁신위는 이 밖에도 ‘희생’을 키워드로 2호 혁신안으로 네가지 안건을 선정해 의결했다. 혁신위는 △국회의원수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포기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이 중 국회의원 정수 감축과 불체포특권 포기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를 언급한 혁신위는 공천 룰과 관련해서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은 “(이번 혁신안에)공천과 관련된 원칙을 정하는 데 권고적 내용이 담겨있다”고 했다.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 현역 의원들이 포기 서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후 당헌·당규에 불체포특권 포기를 명문화하도록 했다. 세비 삭감은 두가지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이 구속되면 세비를 전면 박탈하고, 본회의·상임위 불출석시 세비를 삭감하도록 했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원 세비 수준은 전세계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3위 수준인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1위 수준”이라며 “세비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다만 혁신위가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던 보좌진 정원 축소 등은 이번 혁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최종 안에서는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보협은 지난 2일 ‘토사구팽’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혁신위를 비판했다. 협의회는 “혁신위에게 국회 보좌진은 그저 혁신의 제물로 바쳐질 희생양인가”라며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일방적으로 보좌진 감축을 논의했다는 혁신위는 가히 토사구팽의 끝판왕”이라고 성토했다.
김 위원은 보좌진 축소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일부 위원들의 의견이 나왔는데 너무 쟁점이 많이 발생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더 토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대표는 지도부 험지 출마 권고와 관련해 “혁신위에서 여러가지 논의를 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오면 우리당에서 정식적인 논의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쓴소리’를 담당하던 일부 의원들은 혁신위가 불출마 권고까지 나선 만큼 해당 의원들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혁신위의 결정이)결국 대통령의 뜻이 아니겠나”라며 “윤핵관들이 윤심이 당심이고, 선당후사해야 한다고 얘기해왔으면 (혁신위 결정에)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윤핵관을 날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화답한 것”이라며 “(윤핵관들이)당을 이렇게 만들어놓고 책임도 안 지고 조용히 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험지 출마의 대상이 된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또 당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월권을 하고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가 희생이란 단어를 포장해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며 “영남이든 수도권이든 정치인의 출마와 당선은 정치인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고, 국민의 동의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기계적인 불출마와 지역구 이동을 요구하는 건 대한민국 유권자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자칫 과거 총선때처럼 무소속 출마 후 복당하는 사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가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떨어진 정치인들은 친박연대를 만들어 지역구에서 6석, 비례대표는 8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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