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맞춰지는 ‘틸러’의 조각들[책과 삶]
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 강동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 700쪽 | 2만2000원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는 한국계 미국인(<영원한 이방인>), ‘위안부’ 피해자(<척하는 삶>), 한국 전쟁(<생존자>) 등을 소재로 한 장편들을 내왔다. 1995년 첫 장편 <영원한 이방인>을 출간한 뒤 모두 5편의 장편만을 선보인 과작의 작가이기도 하다. 신간 <타국에서의 일 년>(원제 My Year Abroad)은 2014년 <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다. 이창래의 전작들을 읽어온 독자라면 <타국에서의 일 년> 도입부가 낯설 수도 있다. 넷플릭스 스릴러 시리즈를 보는 듯,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이행 중인 여성과 그의 아들, 20대 남성 틸러가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여성과 아들에 대한 알 수 없는 위협과 이를 물리치는 틸러의 행동은 ‘시리즈 1회’ 느낌이다.
틸러의 사연이 이어진다. 틸러는 “무한히 펼쳐지는 허무”에 빠진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 남은 아버지는 적절한 양육 환경과 적당한 보살핌을 제공한다. 틸러가 사는 대학 도시 던바는 부유한 백인들이 중심인 곳이다. 틸러는 그들만큼 부유하진 않지만,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환경이 틸러의 ‘결핍’이었다. “어정쩡한 것들의 강” 속에 떠다니는 틸러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극적인 모험에 대한 허기가 자리했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만난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퐁은 틸러가 남몰래 갈망했던 바로 그 모험을 제공한다. 틸러는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퐁을 따라 하와이, 중국 선전, 마카오, 홍콩으로 간다.
복잡하지만 가독성 높은 문장, 기발한 은유로 드러나는 인물들의 마음, 독서 의욕을 높이는 서사가 이어진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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