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영화 명장면 속 명소 가다[책과 삶]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224쪽 | 1만9500원
영화 <킬러들의 도시>에서 살인청부업자인 해리는 실수로 무고한 소년을 죽인 부하들을 벨기에 브뤼헤로 피신시킨다. 해리는 사이코패스지만 브뤼헤에 대해서만큼은 이렇게 말한다. “그 운하며 다리며 자갈길이며 성당이며, 제기X, 동화 속 마을에나 있을 법한 그런 것들을, 제기X, 누가 감히 자기 취향에 안 맞는다고 해?”
책 <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는 유명 여행잡지 ‘원더러스트’의 전 편집장이자 여행 칼럼니스트인 세라 백스터가 영화 속 배경이 된 20개국 26곳에 대해 쓴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공간은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고전 영화부터 <패딩턴> <기생충> 등 비교적 최근 영화의 배경이 된 곳까지 다양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이야기를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현기증>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롭다.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전직 경찰 스코티가 부유한 동창으로부터 자신의 아내 매들린을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스릴러 영화다. 매들린은 샌프란시스코의 부유층 거주지인 놉 힐에서부터 미션 돌로레스 공동묘지, 링컨 공원의 리전 오브 아너 미술관, 도시의 랜드마크인 골든게이트교를 차례로 찾는다. 놉 힐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높은 놉 힐에서부터 매들린을 관찰하며 점점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스코티 모습은 앞으로 스코티 인생이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영화 촬영지가 된 장소에 대한 책이니만큼 영화 실제 촬영지의 사진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책 전체에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다. 에이미 그라임스가 그린 26곳에 대한 알록달록한 삽화들이 사진을 대신한다. 총 25편의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스포일러가 많아 저자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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