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소줏값 유감

김기동 2023. 11. 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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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예찬론을 펴자는 게 아니다.

한국인에게 소주는 단순한 기호품 그 이상이다.

안주 한 접시를 벗 삼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 소주만큼 좋은 게 없다.

소주는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국인의 애환을 달래 주는 대표적인 술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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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예찬론을 펴자는 게 아니다. 한국인에게 소주는 단순한 기호품 그 이상이다. 안주 한 접시를 벗 삼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데 소주만큼 좋은 게 없다. ‘소주=서민주’로도 불리는 이유다. 연간 국내 성인 1인당 60병을 마실 정도로 소주는 사실상 한국인의 ‘소울 푸드’나 마찬가지다. K영화· K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연간 수출이 1억상자(상자당 30병)를 훌쩍 넘길 정도로 K소주는 세계적으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주가 대중화하기 시작한 계기가 흥미롭다. ‘보릿고개’를 겪던 1964년 당시 박정희정부가 쌀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증류주 생산을 전면 금지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주정(酒精: 에틸알코올)에 물을 타 만든 희석식 소주가 인기를 끌었다. 소주는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국인의 애환을 달래 주는 대표적인 술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80원) 인상한다고 한다. 주정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앞서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지난달 가격을 올린 데 이어 하이트진로도 켈리·테라 등 맥주 출고가를 평균 6.8% 인상했다. 이미 강남 일부 음식점의 소주 1병 가격은 7000원에 이른다. 소맥(소주+맥주)이라도 하려면 1만5000원이 훌쩍 넘을 판이다. 서민주라는 애칭이 무색하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458개 품목에서 소주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런데도 재정 당국이 유독 민감한 건 ‘나비효과’ 탓이다. 출고가격이 100원 오르면 실제 음식점에서는 1000원이 오른다. 서민들의 체감도 자체가 다르다.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으면 정부가 ‘관치’ 비판에도 실태조사 등을 거론하고 나서는 이유다. 여기에다 1990년대 25도였던 소주의 도수는 지금 16도까지 내려갔다. 도수가 낮아지면 주정을 덜 쓰게 돼 원가가 절감되지만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고객 요구에 맞췄다는 기업들의 변명이 궁색하다. 오히려 낮은 도수는 술 소비를 늘린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올랐다’고 푸념하는 판국에 소주조차 마음 편히 먹기 힘든 세상이 됐다. 씁쓸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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