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여전히 점자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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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읽기를 전제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여섯 개의 볼록한 점을 조합하여 만드는 점자로 글을 읽고 쓴다.
한글 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고안하여 1926년 11월4일 '훈맹정음(訓盲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되었다.
2016년 '점자법'의 제정으로 비로소 점자는 한글과 같은 공식 문자가 되었고, 점자를 사용할 권리도 법적으로 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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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은 읽기를 전제한다. ‘읽다’는 국어사전에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로 풀이되어 있다. 읽기는 보는 것, 즉 시각을 전제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25만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이 있다. 곳곳에서 문해력이 화두에 오르는 상황인데도 이들의 문해력을 언급하는 일은 드문 듯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마련된 문자가 있다. 바로 ‘점자(點字)’다. 시각장애인들은 여섯 개의 볼록한 점을 조합하여 만드는 점자로 글을 읽고 쓴다. 한글 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고안하여 1926년 11월4일 ‘훈맹정음(訓盲正音)’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표되었다. 2016년 ‘점자법’의 제정으로 비로소 점자는 한글과 같은 공식 문자가 되었고, 점자를 사용할 권리도 법적으로 보장되었다.
그러나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읽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4%에 그쳤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어릴 때 익히는 것보다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결과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이 성인이 된 이후 장애를 얻은 ‘중도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신규 등록 시각장애인의 97% 이상이 성인이었다.
점자를 배우기 어렵거나 장시간 점자 활용이 어려운 이들은 음성 기술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특히, 음성 합성(TTS, text-to-speech) 기술의 발전은 시각장애인용 대체 자료를 더 쉽고 빠르게 제작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시각장애인의 문해력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읽기’가 ‘듣기’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각장애인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낫’과 ‘낱’, ‘낯’을 구별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맞춤법에서조차 혼란을 가져온다.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듯, 점자 자료를 제작하지 않고 음성 변환을 위한 텍스트만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1월4일은 한글 점자의 날이다. 세종대왕이 글자를 모르는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했듯, 박두성 선생은 일본 점자로 교육받는 현실에 놓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훈맹정음을 창제했다. 음성 언어인 한국어가 있으니 한글이 필요 없다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음성 기술의 발전에도 여전히 점자가 필요하며, 점자 보급을 위한 기술과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최보람 국립국어원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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