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쉬고도 눈부신 역투…KT 쿠에바스 "신에게 '고맙다' 인사해야"(종합)[PO]
[창원=뉴시스]김주희 기자 = 사흘 휴식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흘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가 경기를 지배했다.
쿠에바스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 NC 다이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쿠에바스가 최소 4이닝 이상을 던져줘야 한다. 5이닝만 버텨줘도 승산이 있다"고 했다.
쿠에바스는 사령탑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5회까지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퍼펙트 피칭을 펼친 쿠에바스는 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선보였다. 투구 수는 73개. 최고 구속은 시속 150㎞까지 나왔다.
나흘 만의 출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대단한 투구다. 쿠에바스는 10월 30일 PO 1차전에 등판했다.
가을야구 첫 외출에선 실망을 남겼다. 10월 8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22일 만에 등판한 쿠에바스는 실전 감각을 되찾지 못한 듯 NC 타선에 쩔쩔 맸다.
내야 수비까지 쿠에바스를 돕지 못하면서 3이닝 6피안타(1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 4자책점에 그쳤다. 믿었던 쿠에바스가 흔들리며 KT는 1차전을 5-9로 졌다.
2차전까지 2-3으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KT는 3차전을 3-0으로 잡고 반격하자 4차전 선발 카드로 쿠에바스를 꺼냈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전에서 75개의 공을 던진 쿠에바스에게 4차전 등판을 제안했고, 쿠에바스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쿠에바스는 KT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에도 단기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10월 28일 NC 다이노스와 정규시즌 경기에서 108구를 던진 뒤 이틀을 쉬고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 다시 선발 등판했다. 쿠에바스는 7이닝 동안 99구를 던져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1위 등극을 이끌었다.
2년 전 기억을 소환한 쿠에바스는 이번에도 짧은 휴식에 아랑곳하지 않고 NC 타자들을 봉쇄했다.
1회말 첫 타자 손아섭에 땅볼을 유도한 쿠에바스는 3루수 황재균의 포구 실책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에 신경쓰지 않고 무사 1루에서 박민우, 박건우를 연달아 뜬공 처리하고 제이슨 마틴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KT 타선은 1회부터 4회까지 매 이닝 2점씩을 뽑아내며 쿠에바스에게 넉넉한 리드를 안겨줬다. 어깨가 가벼워진 듯 쿠에바스는 압도적 피칭으로 NC 타자들을 연거푸 돌려세웠다.
쿠에바스의 역투에 NC 타자들은 방망이 한번 제대로 돌리지 못했다. 3회 2사 후에는 손아섭의 타구를 1루수 박병호가 점프 캐치로 잡아내며 힘을 보탰다.
5회까지 57개의 공만 던진 쿠에바스는 6회 2사 후에야 손아섭에게 이날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2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4구째 커터가 투수 옆으로 빠지는 중전 안타가 됐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후속 박민우에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제 몫을 100% 이상 해낸 쿠에바스를 앞세운 KT는 11-2로 NC를 완파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리버스 스윕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쿠에바스는 "1차전과 경기가 다르게 흘러서 재미있었고, 다행이었다. 야수들의 수비나 득점 지원도 좋았고 1차전보다 나은 경기력이 나와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흘 만의 등판을 위해선 안 좋았던 1차전 기억을 잊는 게 급선무였다. 쿠에바스는 "안 좋은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했다. 전력분석팀과 NC 타자들에 대해 분석을 많이 했고, 다음 경기를 위해 몸을 만들려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처럼 물러날 곳이 없는 일전에서 눈부신 호투를 묻는 비결에는 웃음을 보였다. 쿠에바스는 "비결은 잘 모르겠다. 오늘 자기 전에 '경기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 경기에선 조금 더 휴식을 하고 던졌으면 좋겠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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