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동안 살 맞대고 들여다본 펭귄…우리는 ‘파괴자’였다[책과 삶]
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나이라 데 그라시아 지음 | 제효영 옮김
푸른숲 | 376쪽 | 2만1000원
펭귄은 저 멀리 남극에 있지만, 옆에 있는 듯 친숙하다. ‘뽀로로’나 ‘펭수’ 같은 어린이들의 친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추억처럼 그립고 궁금한 펭귄과 함께하고 싶다면 이 책이 알맞다.
젊은 과학자인 저자가 5개월씩 두 번 남극을 찾아 펭귄의 생태를 관찰한 경험을 소개한다. 남극으로 떠나 눈에 묻힌 캠프를 찾아가고 펭귄과 만나는 과정은 여행기 같다.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펭귄의 생태 이야기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과학 연구에서 주인공으로 다뤄진 생물이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가치가 있다는 증거”를 보여야 하는 직업적 책무에 대해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다.
둥지를 관찰하며 땅에 엎드려있는 그 옆에 펭귄이 찾아와 날개로 종아리를 치자 “맞은 부위가 얼얼했지만, 그쪽으로 피가 쏠리는 바람에 추위에 시달리느라 갈수록 감각이 없어지던 발가락까지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는 일화는 정답게 다가온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그저 외로이 서 있는 오두막과 동료들, 바람, 바위, 그리고 펭귄이 있을 뿐이다.” 따뜻한 방에서 TV를 보며 알게 되는 남극의 기후변화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변화가 현장 연구자들이 매일 추위 속에서 펭귄 둥지의 수를 세거나 배설물을 하나하나 뒤지는 노동을 통해 증명된 것이라는 사실은 평소 쉽게 생각이 미치지 못한 지점이다.
1970년대 한국을 비롯해 남극 크릴 어업에 뛰어드는 나라가 늘며 남극해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투자한다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저자가 남극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이 시스템 구축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보호를 말해도 궁극적으로 인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펭귄의 서식지를 “깊은 곳까지 서서히 흐트러지고, 변화하고, 요동치”게 만든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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