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M자 라인’이 보이기 시작하면…
탈모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탈모 가운데 가장 흔하면서도 중·장년층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안드로겐성 탈모는 초기에 M자 모양으로 시작된다. 이때 치료를 시작해야 탈모 진행 속도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 탈모 증상과 치료법을 유박린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대한모발학회 학술이사)에게 물었다.
◇남성은 헤어라인 M자형으로 탈모 시작
안드로겐성 탈모는 남녀 모두 사춘기 이후 발병할 수 있는데, 특히 남성은 30대 이후 발병이 급증해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진다. 남녀 증상이 조금씩 다른데, 남성은 전두부 이마, 즉 헤어라인이 M자 모양으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하고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진행하면 앞머리선이 다 올라가고 정수리 모발이 다 빠져 결국 우리가 아는 ‘대머리’ 형태가 된다. 여성은 흔히 ‘속이 좀 들여다보인다’는 표현과 함께 이마 헤어라인은 유지되지만 앞부분에서 정수리까지 머리카락이 적어지고 가늘어진다. 드물지만 여성도 심하면 앞머리선과 후두부만 남고 거의 빠지는 심한 탈모로 진행할 수도 있다.
◇유전·남성호르몬 때문에 발생
안드로겐성 탈모 원인은 크게 유전적 인자와 안드로겐(남성호르몬)으로 좁혀진다. 모낭 노화, 환경적 인자도 일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유전적 소인이 있으면 나이 들면서 안드로겐 영향으로 탈모가 진행된다. 유박린 교수는 “부모에게는 탈모가 아니라며 의아해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부모의 탈모가 심하지 않아도 자식에서는 심하거나 조기 발병할 수도 있고, 부계와 모계 모두에서 유전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부모가 탈모이어도 자식은 탈모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탈모 환자의 50%가량은 가족력이 있고 젊은 연령에서 탈모가 발생하면 가족력은 더 많고 심하게 진행할 확률이 커진다.
아시아인의 안드로겐성 탈모 유병률이 서양의 백인보다 적다. 하지만 과거보다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구화한 식생활 같은 환경적 인자가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외선에 계속 노출되는 것도 모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제로 우리 모발은 자라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는데,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가장 많이 탈락한다. 흡연도 좋지 않다. 흡연이 탈모 원인이 될 수는 없지만, 미세 혈류 공급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유박린 교수는 “환자들이 처음 병원을 찾으면 탈모 증상,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 등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상담을 진행한 후 탈모 종류 확인을 위한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진행 정도 따라 바르는 약, 먹는 약, 모발 이식 고려
앞머리나 정수리 모발이 후두부의 모발보다 적은지, 탈모 범위·양상을 확인하고 안드로겐성 탈모 진단을 내린다.
이후 머리카락 상태를 정확히 살펴보고 다른 탈모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두피의 다른 모낭염이나 지루 피부염 등 동반된 증상이 있는지, 부러진 머리카락은 없는지도 확인한다.
검사 결과, 모호하거나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는 조직 검사를, 여성의 경우 호르몬 질환이나 빈혈, 철분 결핍, 갑상선 질환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는 조기 치료다. 많이 진행된 탈모는 아무리 약물 치료를 해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 초기에는 바르는 발모제(국소 미녹시딜, 국소 에스트로겐)를 바르는 것이 권장된다. 발모제 도포는 매우 안전해 남녀 모두 부작용 위험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두피가 예민하면 가렵거나 각질이 일어날 수는 있다. 대개 3개월 이상 발모제를 바르면 모발의 재성장을 관찰할 수 있다. 여성은 케라틴 복합체나 영양제, 철분제를 복용할 수도 있는데, 이는 원인 치료라기보다는 보조제로 고려할 수 있다.
탈모가 좀더 진행한 상태라면 먹는 발모제를 추가로 처방한다. 남성은 안드로겐성 탈모의 원인 물질인 DHT라는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를 사용한다. 3개월 이상 복용하면 대부분 머리카락이 다시 성장하며 1~2년에 걸쳐 꾸준히 회복이 진행된다. 이들은 모낭에서의 안드로겐만 억제하는 것이고 혈중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효과는 매우 미비하기에 성 기능 저하가 흔하지 않다.
다만 50대 이상의 2~3%에선 성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복용 초기에만 한한다. 여성의 경우 먹는 발모제로 경구용 미녹시딜을 사용할 수 있고, 이는 호르몬 작용이 없어 안전하며 꾸준히 사용하면 비교적 좋은 효과를 보인다. 다만 처음 복용할 때 어지러움이나 손발 부종이 있을 수 있다. 빈도는 낮으며 대개 저절로 좋아진다.
탈모가 많이 진행됐다면 약물 치료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고 약물 치료와 함께 일부 모발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모발 이식은 뒤통수에 남아 있는 건강한 모발을 앞머리 선이나 정수리 탈모 부위에 심는 것이다. 영구적으로 건강히 유지되는 뒤통수의 모발을 앞에 심어 놓으면 이 모발은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주위 모발은 계속 탈모가 진행하므로 반드시 약물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 탈모가 진행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중단한다고 해서 더 나빠지는 건 아니다. 유박린 교수는 “치료하면 모발이 다시 생성되고 좋아지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치료 전으로 돌아가 다시 탈모가 천천히 진행한다”며 “탈모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은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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