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별가족’의 10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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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너머로 해가 기울었다.
그들은 시민들과 함께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앞을 도보로 출발해 오후 5시까지 서울광장에 도착하기로 돼 있었다.
광장에 차린 분향소는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시민들로 꽉 찬다.
그 왼쪽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산업재해 참사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이 나란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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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광장 너머로 해가 기울었다. 나는 길목에서 어떤 손님을 기다렸다. 보라색 잠바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시민들과 함께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앞을 도보로 출발해 오후 5시까지 서울광장에 도착하기로 돼 있었다. 약속 시각이 가까워지자 멀리서 숭례문 앞을 지나는 행진 대열이 보였다. 무리 사이에 찾는 이가 있는지 보려고 다가가다 발걸음을 멈췄다. 광장으로 걸어오는 보라색 잠바가 너무 많았다.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보라색 잠바의 대열이 끝없이 걸어오며 나를 지나쳤다. 그들은 스스로를 ‘159별가족’이라 불렀다. 1년 전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9명의 유가족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이 광화문 거리에 다시 섰다. 이번엔 노란색 잠바가 아니라 보라색 잠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걷던 광화문 거리를, 2023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걷는다. 정치권의 비아냥과 극우 커뮤니티의 혐오표현 속에서도 참사를 규명해달라고, 그럼으로써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사회자가 하나하나 불러보는 희생자들 이름은 아무리 읽어도 끝이 안 난다. 광장에 차린 분향소는 이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시민들로 꽉 찬다. 책임을 망각하려는 국가 앞에서 두 참사는 데칼코마니처럼 겹친다.
다른 것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1주기 때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와 실종자를 추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1주기 때 어릴 적 다니던 교회 추모예배에 갔다. 유가족이 초대한 추모대회는 ‘정치 행사’라며 거절했고 참사 현장인 이태원에도 가지 않았다.
광장에 놓인 좌석 약 300석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채웠다. 그 왼쪽엔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산업재해 참사 유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이 나란히 앉았다. 그 뒷줄은 시민들이 앉았다. 재난의 이유를 알려 했던 많은 이가 그날 광장에 모여 있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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