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월호 무죄’에…이태원 등 참사 때 ‘윗선 처벌’ 어려워지나
‘구조 책임’ 판례 뒤집은 판결
향후 유사 재판 악영향 우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작업 지휘라인에 있던 해양경찰청 간부들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이 판결을 두고 지난해 10월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대응의 윗선 책임 추궁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지휘부 9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장에 출동한 구조인력은 유죄, 지휘권을 가진 윗선은 무죄’라는 것이다.
해경 지휘부에 세월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구조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의무가 있는지, 그 의무를 다했는지를 중심으로 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도 법원이 참사 대응에 대한 의무 이행 여부가 아니라 예견 가능성을 기준으로 따지게 된다면 형사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정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 변호사는 대형 재난 상황에서는 현장에 출동하는 구조팀과 정보를 취합해 구조를 지시·조율하는 지휘부가 있는데, 이번 판결처럼 개개인의 책임을 따로 묻게 되면 현장에 간 사람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한 사람이 잘못해도 전체적으로 구조에 실패할 수 있는 대형 참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이런 논리로 접근한다면 지휘부는 정보가 안 들어와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핑계를 대면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진다”고 했다.
다만 사고가 예견됐다고 보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지휘부에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본 판결도 있다.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 현장에서 살수차 운용 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검찰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에 대한 수사를 아직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한 기소 여부는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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