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쉰 쿠에바스, 4점차에도 번트…이강철의 뚝심, KT 반격 이끌다[PO4]

권혁준 기자 2023. 11. 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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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카드 쓰며 승부수…쿠에바스, 2021년 떠올린 역투
2, 3차전 번트 실패했던 문상철에게 또 번트 지시…쐐기 2타점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kt 이강철 감독이 4회초 2사 솔로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장성우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창원=뉴스1) 권혁준 기자 = KT 위즈의 수장 이강철 감독의 야구는 '올드스쿨'에 가깝다. '혹사'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컨디션이 좋은 투수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득점 찬스에서는 타자에게 믿고 맡기기보다는 작전과 희생번트 등으로 적극 개입해 어떻게든 점수를 쥐어짜낸다.

호불호가 갈리고 장단점도 존재하는 야구지만, 적어도 현재 KT의 선수단 구성과 전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감독임에는 틀림이 없다. 만년 꼴찌였던 '막내 구단' KT의 지휘봉을 잡은 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통합 우승까지, '성과'로 보여줬다.

2연패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들은 감독의 '뚝심'에 부응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KT는 3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4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1-2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2연패 뒤 2연승으로 시리즈 전적 2승2패의 균형을 맞춘 KT는 5일 열리는 최종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가늠하게 됐다.

2연패를 당한 뒤 3차전 고영표의 호투로 한숨을 돌렸던 KT는 4차전에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75구를 던진 윌리엄 쿠에바스를 사흘만 쉬게 한 뒤 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회말 kt 선발투수 쿠에바스가 역투하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KT가 창단 첫 우승을 일궜던 2021년의 데자뷔와도 같았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승률이 같아 정규시즌 종료 후 '1위 결정전'을 벌였던 KT는 108구를 던진 쿠에바스를 이틀 쉬고 마운드에 올렸다. 쿠에바스는 7이닝 99구 무실점의 역투로 우려를 불식하고 팀에 우승을 안겼다.

이번에는 당시보다 하루 많은 사흘을 쉬었고, 1차전 투구수도 75구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이 감독은 애초 시리즈를 시작할 때부터 쿠에바스의 1, 4차전 등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도 우려는 컸다. 쿠에바스는 어느덧 만 33세의 적지 않은 나이가 됐고, 2021년 '투혼'을 발휘한 이듬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2년 전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쿠에바스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는 6회까지 73구를 던지며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의 대단한 호투를 했다. 6회 2사 후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기 전까지는 '노히트'였고, 1회 손아섭의 타구에 3루수 황재균의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퍼펙트' 행진이었을 정도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NC 타선을 완전히 잠재운 쿠에바스의 역투는 휴식일과 투구수 계산 등 현대야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셈법'을 모두 무시했고, 이강철 감독의 승부수는 완전히 적중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이 감독의 뚝심은 두드러졌다. 초반부터 상대 선발 송명기를 공략해 2회까지 4-0을 만들었다. 그리고 3회초 선두타자 장성우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 3회초 무사 주자 1루 상황 kt 문상철이 희생번트를 대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다음 타자는 문상철. 이날 경기 전까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이 중 2홈런에 2루타 한 개 일 정도로 '일발 장타'를 갖춘 타자였다.

이 감독은 2차전에는 2-3으로 뒤진 9회말 무사 1, 3루, 3차전에는 2-0으로 앞선 4회초 무사 1루에서 문상철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두 번 모두 실패했고, 문상철이 삼진을 당하며 공격 흐름이 끊겼다.

이날 경기 전에도 문상철의 번트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이 감독은 "내가 실수했다. 생각을 다시 해야겠다"면서도 "번트 상황이 나온다면 대타를 써서라도 번트를 시키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감독은 문상철에게 또 한 번 번트 사인을 냈고, 이번에는 성공시켰다. 이어진 찬스에서 오윤석과 배정대의 연속 안타가 나온 KT는 6-0으로 달아나며 초반 승기를 완전히 가져갔다.

이 장면 역시 '세이버매트릭스'가 보편화된 현대 야구에선 상식을 벗어난 작전이다.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대는 것도 '기대 득점'을 낮추는데, 번트를 지시한 타자가 펀치력을 가지고 있고 타격감도 좋은 타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역시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갔다. 혹여라도 경기가 잘못된다면 오롯이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판단을 거두지 않았다.

어쨌든 감독은 결과로 모든 것을 증명해내야한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5년 간 그랬던 것처럼,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또 한 번 결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내고 있다. 승부를 최종 5차전으로 이끈 '강철매직'의 힘이다.

2일 오후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3회말 kt 이강철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11.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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