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방관 사이..한계 맞이한 강인권 감독표 ‘믿음의 야구’
[창원(경남)=뉴스엔 글 안형준 기자/사진 표명중 기자]
이제는 오히려 벼랑 끝까지 몰렸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변화가 필요하다.
NC 다이노스는 11월 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NC는 2-11 완패를 당했다.
원정에서 열린 시리즈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올가을 포스트시즌 6연승, 2020년 한국시리즈부터 이어진 포스트시즌 9연승을 달리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탔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SSG 랜더스를 시리즈 스윕으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오른 NC는 플레이오프마저 시리즈 스윕으로 통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방으로 돌아와 연이틀 패배를 당했고 이제 시리즈는 2승 2패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KT의 상승세와 NC의 하락세를 감안하면 '원점'보다는 NC가 쫓기는 상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3차전까지 마운드는 나쁘지 않았다. 1차전 선발 페디, 2차전 선발 신민혁, 3차전 선발 태너까지 선발투수들은 모두 호투를 펼쳤다. 불펜도 승패에 영향을 줄만큼 부진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마운드가 아닌 타선.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까지 맹타를 휘두른 NC 타선은 플레이오프에 들어서 눈에 띄게 페이스가 떨어졌다. 특히 하위타선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강인권 감독은 4차전에 앞서 이를 두고 "포스트시즌은 이제 8경기째지만 10월 초부터 사실상 포스트시즌 같은 순위 싸움을 이어왔다"며 피로도가 그만큼 쌓였고 타격 페이스가 떨어질 시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진단에 비해 대처는 아쉬웠다. 타격 페이스 하락에 대한 강인권 감독의 '답'은 "마운드가 버텨주는 것"이었다. 타선에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마운드가 버티며 어떻게든 점수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쪽을 선택했다. 좋게 말하면 '믿음의 야구', '신뢰의 야구'지만 다른 시각으로는 '방관'이라 볼 수도 있었다.
팀 타선의 핵심을 이루는 타자들을 쉽게 뺄 수는 없다. 손아섭-박민우-박건우-마틴-권희동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과 중심타선은 NC 타선의 근간. 이 선수들은 결국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믿고 갈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하위타선은 달랐다. 특히 준플레이오프를 지나며 타격감이 완전히 떨어진 3루수 서호철과 포수 김형준은 대안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물론 김형준은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타격보다 수비를 우선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하고 있는 서호철을 계속 고집한 선택은 아쉬웠다. 서호철이 앞선 시리즈에서 승패를 바꾸는 활약을 펼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아니었다. 서호철은 타선의 맥을 끊는 모습을 플레이오프 내내 보이고 있었다.
3차전 5회말 공격은 강인권 감독의 '신뢰 야구'가 철저히 실패한 순간이었다. NC는 3차전에서 선발 태너가 초반 2실점한 뒤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지만 KT 선발 고영표의 호투에 묶여있었다. 5회말을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맞이한 NC. 어떻게든 1점을 얻어내며 리드하는 KT를 불안하게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었다.
이닝 선두타자로 나선 타격감 좋은 오영수가 안타를 기록하며 이날 경기 첫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한 NC는 무사 1루에서 서호철이 타석에 들어섰다. 서호철은 시리즈 무안타에 그치고 있는 7번 타자. 강인권 감독은 6번타자로 기용하던 서호철을 7번으로 하향 조정할 만큼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보낸 뒤 추격의 점수를 노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강인권 감독은 서호철에게 그대로 강공을 지시했고 서호철은 2구만에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전력질주로 1루에서 세이프돼 간신히 병살타를 면했지만 병살타가 됐어도 이상하지 않을 타구였다. 그리고 서호철보다 발이 느린 후속타자 김형준이 2구만에 똑같은 3루 땅볼타구로 병살타를 기록해 결국 NC의 공격은 간단히 끝났다.
부진한 타자를 교체하지 않았고 부진한 타자에게 작전을 지시하며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다. '믿음의 야구'보다는 '방관 야구'에 가까웠다. 3차전 5회에 어떻게든 1점을 만들어냈다면 벼랑 끝에 몰린 KT를 크게 압박하며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었다. 물론 번트에 성공했다고 해도 반드시 득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NC는 점수를 짜내려는 '시도'조차 없이 무너졌다. 서호철이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드디어 시리즈 첫 안타를 기록했지만 이를 '믿음의 산물'로 포장하기는 어렵다.
마운드에도 '믿음의 야구'가 실패한 흔적은 남아있다. 바로 이용찬이다. NC 마무리 투수 이용찬은 이번 포스트시즌 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했다. 4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등판마다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팀이 승리했기에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이용찬의 부진 탓에 NC는 큰 점수차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팀의 피로도가 쌓인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강인권 감독은 끝까지 이용찬을 신뢰하겠다는 의지만 되풀이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태너의 교체 시기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모든 선택은 승리라는 결과가 나오면 결국 '옳은 것'이 된다. 하지만 NC는 이제 승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강인권 감독의 '믿음 야구' 혹은 '방관 야구'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사진=강인권)
뉴스엔 안형준 markaj@ / 표명중 ace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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