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쫓겨날지 몰라”…수억 대 전세사기 피해 호소

[KBS 전주] [앵커]

완주의 한 아파트 세입자 수십 명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들은 집을 소유한 법인이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넘겼는데도 이를 속이고 임대 계약을 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을 맺은 게 문제였습니다.

김규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1년여 전 이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온 대학생 김우진 씨.

계약 기간은 두 달여 전 끝났는데 이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2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우진/○○아파트 세입자 : "돈이 없다고 하고 은행에 문제가 있어서 9월, 10월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말해서 기다렸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상태..."]

이 아파트 세입자 가운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건 김 씨뿐만이 아닙니다.

파악된 피해자만 20여 명, 피해 금액은 수억 원에 달합니다.

이들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상대는 이 아파트 백서른 가구를 가지고 있는 모 부동산 법인.

하지만 계약 당시 집 소유권은 해당 법인에 없었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이미 소유권을 신탁회사로 넘긴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해당 법인은 신탁사의 동의 없이는 임대 계약을 할 수 없었던 상황.

피해자들은 법인이 이런 사실을 숨기고 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가로챘다고 호소합니다.

[박정교/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이미 넘어가 있는데도 (부동산 임대 법인이) 그 사실을 숨기고 임차인과 직접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역시 전문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법인에서 일하는 직원과 이뤄졌습니다.

아파트 복도입니다.

해당 법인은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이곳 사무실에서 피해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려는 세입자들에겐 보증보험 가입을 유도하며 안심시킨 뒤, 법인 명의 계좌로 보험금도 받았습니다.

보증금을 내주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해당 법인 대표는 명의를 빌려 간 지인이 사망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신은 잘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습니다.

피해자들과 직접 계약을 진행했던 법인 직원의 얘기를 들으려고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들은 아파트를 담보로 해당 법인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으로부터 지난 7월 퇴거 안내문까지 받았고, 지난달 법인 대표 등 관련자 4명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김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