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시티 완전 포위”…하마스 근거지 초토화 돌입

선명수 기자 2023. 11. 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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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전투의 정점에 있다”…국제사회 비판에도 아랑곳 안 해
사흘째 난민촌 공습, 학교·병원에 구급차까지 민간인 무차별 공격
갇힌 주민들 “세상에 종말 온 것 같다”…27일 만에 양측 1만명 사망
이스라엘에 있던 팔 노동자들, ‘생지옥’ 가자로 강제 귀환 이스라엘에서 일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쪽 라파 국경에 도착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달 7일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이스라엘에 남아 있던 가자지구 출신 노동자들을 가자지구로 귀환시키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도시 가자시티를 포위한 채 지상군 투입과 대규모 공습을 병행하며 사실상 ‘초토화 작전’에 돌입했다. 난민촌과 학교, 병원 등 민간인 밀집 지역에도 수일째 무차별적인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시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돼 구호 통로마저 끊긴 상태다. 미처 피하지 못한 채 도시에 갇힌 주민들에게 이곳은 ‘지붕 없는 감옥’이라 불리는 가자지구 안에서도 가장 참혹한 ‘지옥’이 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군은 테러조직 하마스의 진원지인 가자시티 포위를 완료했다”며 “근접전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서쪽으로 지중해에 면해 있는 가자시티는 남부와 북부, 북동부 3개 방면으로 진격해 오는 이스라엘군에 완전히 포위돼 다른 지역과 단절, 고립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전투의 정점에 있다”고 말했다.

확산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도 이스라엘은 지상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난민촌과 학교, 병원을 가리지 않고 수일째 미사일과 포탄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가자시티 인근 자발리야 난민촌에 사흘 연속 공습을 감행했다. 난민촌 내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가 공격을 받아 최소 27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난 24시간 동안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학교 4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한 여성은 “매점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10세도 안 된 어린아이들이 산산조각 났다”며 절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잔해 속 곳곳에 시신이 매달려 있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다”고 CNN에 말했다.

피란민과 환자가 밀집한 병원에 대한 공격도 점차 과감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전쟁 범죄’라는 비판을 의식해 병원을 직접적으로 공습하는 대신 병원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방식으로 공격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병원 건물은 물론 구급차를 겨냥한 공격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에 따르면 알쿠드스 병원에서 1㎞ 떨어진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이 발사한 포탄이 병원 벽을 관통해 물탱크 등 시설이 손상됐으며 병원 앞에 있던 어린이 등 피란민이 크게 다쳤다. 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에도 사격을 가해 구급대원들이 총상을 입었다고 적신월사는 전했다.

이날 100대가 넘는 트럭이 이집트 접경 라파검문소를 넘어 가자지구로 진입했지만 정작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자시티에는 구호품 전달 통로마저 막힌 상태다. 유엔은 이날 “가자시티와 가자지구 북부 대부분이 다른 지역과 단절돼 인도주의적 구호품 지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시티를 비롯한 북부 지역에 주민 30만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병원 상황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고 현지 구호단체들은 전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구호요원 라자 무슬레는 CNN에 “죽음의 냄새, 피 냄새가 도처에서 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비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료 부족으로 영안실 냉동고까지 작동을 멈추면서 밀려드는 시신들은 병원 밖에 그대로 줄지어 방치된 상태다. 국경없는의사회와 현지 의료진은 극심한 의약품 부족으로 마취제와 진통제 없이 수술 및 치료를 하고 있으며, 일부 임신부들은 마취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거듭 민간인 보호와 휴전을 촉구했다. 유엔 특별보고관 및 인권 감시 전문가그룹은 이날 “가자지구 주민들이 대량학살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여전히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이날까지 가자지구 내 누적 사망자는 9061명으로 이 가운데 3760명이 어린이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측 사망자까지 더하면 이번 전쟁 사망자는 불과 27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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