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쓰리핏의 영광’…젠지, 中 BLG에 2-3 패배 8강 탈락(종합) [롤드컵]
[OSEN=사직실내체(부산), 고용준 기자] 지옥과 천국의 경계는 정말 한 끗 차이라는 말이 납득이 됐다. LCK와 LPL의 승부답게 치열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의 선택을 받은 팀은 젠지가 아니라 BLG였다. 쓰리핏으로 한국 최고로 우뚝 섰던 젠지가 무너졌다. MSI에 이어 롤드컵에서도 또 다시 BLG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8강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남기고 말았다.
젠지는 3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 빌리빌리게이밍(BLG)과 경기에서 1, 2세트 상체 주도권과 소극적인 운영으로 끌려가며 0-2로 몰렸으나, 3세트부터 ‘도란’ 최현준과 ‘쵸비’ 정지훈이 상체 캐리의 정수를 끌어내면서 2-2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결국 5세트를 패하면서 2-3 한점차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이 패배로 젠지의 2023 롤드컵은 8강에서 마침표를 찍게 됐다. 반면 BLG은 4강에 오른 두 번째 팀이 됐다. 아울러 첫 4강 대진은 LPL팀인 웨이보와 BLG의 대결로 확정되면서 결승의 한 자리 역시 LPL에게 돌아갔다.
1, 2세트 모두 젠지에게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요주 선수인 ‘빈’ 천쩌빈을 집중 견제하기 위해 밴픽 단계를 진행했음에도 ‘빈’의 캐리력에 구도 자체가 흔들리며 1, 2세트를 모두 무력하게 내주고 말았다.
1세트 완패를 되갚아 주기 위해 선택한 2세트 레드 사이드 역시 독으로 작용했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밴픽 단계부터 꼬이면서 불안감을 조성했다.
여기에 ‘피넛’ 한왕호의 봇 라인 개입이 1대 2 킬 교환이라는 대형 적자가 초반에 터지면서 속절없이 와해됐다. 10분대에 글로벌골드 5000의 격차는 20분 바론을 내주고 1만 이상 벌어졌고 세트스코어가 0-2로 몰리는 최악의 국면에 직면했다.
1, 2세트를 연달아 무너지면서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젠지는 요네와 아트록스를 미드와 탑으로 선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눈의 가시였던 자야와 레나타는 금지하면서 3세트에 돌입했다.
3세트 역시 시작은 웃기 힘들었다. 진영을 블루 사이드로 돌려 시작한 3세트 초반 실수가 연달아 터지며 오브젝트 주도권을 일찌감치 틀어쥔 BLG는 젠지의 싸움을 잘 받아 넘기면서 자연스레 상체 스노우볼을 또 다시 굴려나갔고, 야금야금 젠지의 거점을 공략하면서 소환사의 협곡 전체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밀리는 순간, ‘도란’ 최현준의 아트록스가 한타 구도에서 캐리를 하면서 젠지가 역전 기류를 만들었다. 20분 첫 바론 부터 가져오는데 성공한 젠지는 두 번째 바론 사냥 이후 BLG의 역습에 중앙 억제기를 내줬지만, 어렵게 잡은 흐름을 내주지는 않았다.
드래곤의 영혼을 완성한 젠지는 BLG의 진영을 조금씩 밀어붙이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드래곤의 영혼에 이어 세 번째 바론 버프를 두른 젠지는 침착하게 BLG의 마지막 보루 넥서스까지 공략하고 승부를 4세트로 끌고갔다.
3세트를 만회하고, 영봉패는 면했으나 흐름을 돌렸다고 하기에 BLG는 결코 녹록한 팀이 아니었다. BLG는 '쵸비'가 3세트에 선택했던 요네를 금지시켰고, 상체를 크산테-자르반4세-니코로 꾸리면서 일전에 나섰다.
초반 탑과 봇에서도 사고가 연달아 나오기는 했지만, 오브젝트 수급과 요주의 인물인 빈의 캐리력을 억제 시키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BLG의 반격에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젠지는 위기의 순간 ‘쵸비’와 ‘피넛’이 야가오의 니코를 솎아내면서 흐름을 자신들쪽으로 돌렸고, 두 번째 내셔남작 사냥과 화끈한 에이스로 실버스크랩스를 기어코 울리게 만들었다.
3, 4세트 승리로 흐름을 탄 젠지는 5세트 초중반을 유리하게 풀어가면서 '패패승승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집중력이 20분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결국 패배의 쓴 잔을 마시고 말았다. 번득이는 경기력으로 3세트 승리를 이끌었던 '도란'도, 4세트 아칼리로 전장을 지배했던 '쵸비'도 결정적인 실수가 연달아 되풀이 하며 무너지는 씁쓸함을 전했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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