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노란봉투법·방송3법 국회 상정…여야 ‘대치의 끝’ 간다

탁지영 기자 2023. 11.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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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손배소 당한 노동자와 면담한 민주당 “반드시 노란봉투법 처리”
국민의힘, 초·재선 전원 ‘필리버스터’ 예고…야권 연합해 ‘종결’ 추진
권리를 말했다, 손배소로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3일 국회에서 열린 노동자 손배소 피해당사자 및 가족과의 간담회에서 피해 노동자 김진아씨가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는 오는 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및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극한 대결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파업 등 이유로 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 폭탄’을 맞은 노동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전을 폈다. 국민의힘은 초·재선 의원 전원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는 협치를 강조했지만 9일 전후로 정국이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 피해를 본 노동자·유가족과 간담회를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30년간 기업과 국가기관이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한 381개 소송의 배상 규모가 약 3160억원에 달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1년 이자만 몇십억원이 된다”며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소송 피해자가 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보복이자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는 심각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노동자·유가족 4명은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150억원까지 각각 기업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전국택배노조에서 상근자로 일하다 CJ대한통운으로부터 2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강민욱씨는 “노조법 2조가 개정되었다면 국민께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기업과 이에 맞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머리를 맞댄 노사의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을 것이다. 노조법 3조가 개정되었다면 이렇게 힘들게 손해배상으로 고통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 취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라면 여당과 협의해 법안을 처리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건설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 정부·여당도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초·재선 의원 전원이 의무적으로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무제한토론 점검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4개 법안에 ‘최소 15명 이상 (참여), 1인당 3시간 이상 (발언)’ 기준을 뒀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 법안들의 부당함과 문제점을 국민께 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기 위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과 연합하기로 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끝내려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100명)이 서명해 국회의장에게 ‘무제한토론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고, 종결 동의서가 제출된 때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표결에서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79명)이 찬성해야 한다. 9일 본회의가 시작되면 4개 법안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13일에야 모든 법안이 통과된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강행 처리하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이 법안마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뿐 아니라 정부와 노동계 사이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방송3법은 KBS·MBC·EBS 이사회를 확대 개편해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 영향력을 축소하는 법안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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