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때 19세 처녀와 결혼 위해 건강진단서 뗀 괴테 [허연의 책과 지성]
괴테는 참 많은 걸 누리고 간 사람이다. 왕실고문관이었던 아버지와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괴테는 최고위층 집안에서 교양과 예술을 일찌감치 배웠다.
법대를 나와 22세에 변호사가 됐고, 3년 뒤인 1774년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일약 유럽대륙 최고의 인기작가가 됐다. 그 이후엔 바이마르 공국의 장관으로 정치권력을 누리기도 했다. 그가 공직을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을때는 성주들이 앞다투어 그를 초청하려고 경쟁을 벌였다. 대단한 팬덤이 있었던 모양이다.
괴테는 말년도 만족스러웠다. 평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완성해 놓고 당시로는 드물게 83세까지 천수를 누렸다.
괴테에게는 여자도 많았다. 그는 무수한 여자와 사귀며 많은 글을 남겼다. 오죽하면 연구자들이 제대로 괴테를 알려면 그의 여성편력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했을까.
괴테는 사랑에 빠질때마다 새로운 감성과 생명력을 습득했다. 그리고 영향을 준 여인들을 작품에 등장시켰다.
‘파우스트’의 주인공 그레트헨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역 샤를로테가 대표적이다. 물론 두 사람 다 실존 인물이다. 그레트헨은 괴테가 열다섯살때 만난 첫사랑이었고, 샤를로테는 괴테가 법원에서 일하던 스물세살때 만난 결혼을 앞둔 여인이었다.
그레트헨은 대작 ‘파우스트’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주요인물이고, 샤를로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존재하게 한 모티프이자 주인공이다.
괴테는 두 여성 이외에도 여러 여성과 사귀었는데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도 많았다.
첫 결혼도 16세 연하인 크리스티아네 폰 불피우스와 했고 19세에는 어머니의 친구이자 26세나 연상인 주잔네 폰 클레텐베르와 사귀었다.
74세에는 19세인 울리케 폰 레베초프에게 청혼해 논란을 일으킨다. 청혼 소식을 들은 친구 카를 아우구스트가 “일흔 넷에 열아홉살 여자를 사랑하다니 너무 심한거 아니냐”고 조롱하자 괴테는 병원에 가서 결혼생할을 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진단서까지 받아왔다.
그러나 결혼은 성사되지 않았다. 울리케 집안에서 펄쩍 뛰고 괴테의 아들 아우구스트까지 반대하고 나서자 괴테는 마음을 접는다.
괴테는 문학 이외에 지질학 의학 등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괴테는 치아가 잇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치아의 뿌리가 역할을 하는 뼈대인 간악골(앞니뼈)을 발견한다. 괴테가 간악골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간악골은 동물에게만 있고 인간에게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도 영어권 치의학계에서는 간악골을 지칭할때 ‘Goethe’s bone‘이라 부른다.
괴테는 도대체 인간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를 실험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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