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하차감 떨어뜨릴 ‘연두색 번호판’
1967년 미국에서 화장품 방문 판매 기업을 운영하던 메리 케이 애시가 링컨차 대리점을 찾았다. “회사 차를 눈에 띄는 색상으로 맞추고 싶어요.” 핑크색 자동차가 기업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애시는 1970년 ‘메리 케이 핑크 캐딜락’ 제도를 발표했다. 우수 사원이 2년간 차를 몰도록 했다. 영업사원이 광고사원까지 겸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법인차는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 한 제약사 대표 법인차에는 “황금변 자부심 비오비타’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대당 3억원이 넘는 스포츠카인 ‘포람페’(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는 색상이 주로 빨강, 노랑 같은 원색이다. 양복 입고 타는 차가 아니다. 회사 임원의 업무용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초고가 자동차의 약 80%가 법인 소유다. 세금 혜택 받은 회삿돈으로 사서 배우자나 자식에게 주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법인차 모터쇼가 열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도 법인 돈으로 딸에게 포르셰를 리스해 줬다. 국민 원성이 자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소유 자동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붙인다. 소급 적용은 안 한다. 양심 마비 법인들이 ‘수퍼카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비싼 차에서 운전자가 내리면 남들이 쳐다본다. 그 느낌을 ‘하차감’이라고 한다. ‘외제차를 사는 이유는 승차감이 아니라 하차감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젊은이들이 몇 년 치 연봉을 털어 외제차를 사는 가장 큰 이유로 ‘하차감’이 꼽힌다. 연두색 번호판은 법인차에 ‘연두색 제복’을 입히는 전략이다. 목표는 비싼 법인차를 사적으로 쓰는 사람들의 ‘하차감’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자동차로 뽐내려는 사람도 증가해 왔다. 1990년대 ‘야타족’들은 국산차에 외제차 엠블럼을 달거나, 요란한 소리가 나게 ‘튜닝’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차들이 도로 매너는 꽝이라 ‘양카족(양아치+자동차)’이라 불렸다. 수입차가 유행하면서 튜닝은 한물갔다. ‘하차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차감’의 핵심은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샀다)’이다. 법인 업무와 무관한 사람들이 ‘연두색 번호판 수퍼카’를 타고 유흥가를 나다니면 ‘번호판 신상 털기’의 표적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여기에 더해 매출액 대비 법인차량 등록 대수 제한 등 법인차 제도를 더 빡빡하게 운영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제가 벌지 않은 돈으로 잘난 척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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