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해보고 싶다”…도와주면 10억 준다는 이 여자의 속사정 [Books]
선천성 근육병 앓고 있는 저자
자전적 소설로 日 최고문학상
장애로 출산·육아 못하는 주인공
평범한 삶 경험하기 위해 안간힘
일본을 들썩이게 한 문제작이 한국에 상륙했다. 소설 쓰기는 몸이 불편한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편한 일이었다. 해마다 SF, 판타지, 라이트노벨 등을 넘나들며 글을 써왔지만, 20여년만에야 절박한 마음으로 쓴 첫 비장르소설 ‘헌치백’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할 수 있었다.
‘헌치백’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샤카는 ‘Buddha’ 등의 계정으로 인터넷 기사를 짜깁기한 야한 글이나 야한 소설을 써서 먹고 산다. 성장기에 자라지 못한 근육으로 심폐 기능이 부족해 제 발로 걷지 못한지 30년이 됐다. 누워있을 때는 늘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한다. 등은 극심하게 S자로 굽었고 고개가 돌아가지 않아 TV도 왼쪽에 두고 봐야한다. 캐뉼러 구멍을 막아야 말을 할 수 있어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막대한 유산을 물려줬지만 장애인 그룹홈에서 살며, 5평짜리 방과 주방, 욕실이 주어진 공간 전부다. 그리고 무겁고 자세를 유지해야해서 등뼈를 굽게 만드는 종이책을 혐오한다.
목욕을 시켜준 날, 간병인인 다나카가 말을 건다. 트위터 글을 봤다고. 1억5500만엔에 계약을 맺고 두 사람은 죽이기 위해 태어날 생명을 만드는 일을 시도한다. 샤카의 바람은 계획대로 순순히 진행되진 못한다. 결국 자신이 쓴 소설 속 성매매를 하는 여대생 주인공의 입을 통해 샤카는 자신의 바람을 구현하는데 그친다.
“샤카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죽이고자 했던 아이를 언젠가/지금 나는 잉태할 것이다.”
비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일본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비장애인 중심의 출판 문화에도 독설을 쏟아내는 거침없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결국 작가는 20년만에 자신의 꿈을 이뤄낸 것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는 서문에서 작가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그려낸 장애 여성의 성과 삶, 로맨스의 이야기는 장애 당사자인 저에게 수많은 감정과 두고두고 크리에이터로서의 창작 의욕의 원천이 됐다”라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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