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빈대 소동…물리면 ‘극한 가려움’ 예방·치료 해법은

김태훈 기자 2023. 11. 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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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입 추정, 살충제 저항성
물렸을 땐 항히스타민제·온찜질
빈대와 알, 배설물의 흔적. 질병관리청 제공

최근 전국에서 출몰하는 빈대가 내 주변에도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빈대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므로 나타났을 때의 대응 방안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방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기나 등에는 흡혈을 하지만 꽃의 꿀이나 나무 수액을 주로 섭취하는데 빈대는 오직 동물의 피만 빨아먹고 산다.

보통 사람이 잠드는 밤의 어둠을 틈타 흡혈을 하는 빈대는 혈관을 찾아 여러 번 연거푸 무는 습성을 보인다. 빈대에 물린 자국은 평평하게 부어오른 붉은 발적으로 나타난다.

최재은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빈대에 물리면 보통 옷이나 이불로 감싸지 않은 노출 부위인 팔다리, 발, 얼굴이나 목 등에 선을 이루거나 떼지은 형태로 다발성 병변이 나타난다”며 “빈대는 피부에 달라붙어 많은 양을 흡혈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빈혈과 고열을 유발할 수 있고, 극심한 가려움으로 과하게 긁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빈대는 피를 빨면서 모기처럼 혈액이 굳는 것을 막는 성분을 사람의 피부 속으로 주입한다. 물리면 피부가 몹시 가렵고 따가운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아무는 데도 1~2주가량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최 교수는 “가려움증 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고 온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며 “염증이 생긴 경우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대가 유발하는 피해에는 물렸을 때의 피부 병변뿐 아니라 편안한 수면을 방해해 정신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점도 포함된다. 물린 곳이 가렵고 아파서 긁다가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밤이 여러 날 반복되면 피부 위를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불안감까지 겹쳐 잠이 들기도 어려워진다. 다만 말라리아나 뇌염을 옮기는 모기와 달리 빈대는 흡혈만으로 다른 감염병을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빈대가 서식하기 좋은 실내 환경이 마련돼 있으므로 전국 곳곳으로 퍼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빈대는 실내 서식성 곤충으로 따뜻한 실내 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한다”며 “집 안의 침대와 소파 등에 살며 10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고, 흡혈하지 않은 채 70~150일까지도 생존한다”고 설명했다.

만일 주거공간에서 빈대가 나타났다면 일반적인 가구 구성원들이 완전 박멸하기는 어려우므로 전문적인 방제를 여러 차례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양 교수는 “빈대는 이미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는다”며 “침대보나 옷 등 빈대의 서식이 확인된 세탁물은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2시간 이상 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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